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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보아왕뱀, 원숭이 통째로 꿀꺽

자운영 추억 2013. 9. 4. 12:23

조홍섭 2013.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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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숲에서 무리서 떨어진 암컷 원숭이가 2m 길이 보아왕뱀에 잡혀

삼키기까지 114분, 작고 조각난 숲일수록 보아뱀 사냥에 유리

 

boa1.jpg » 브라질 아마존의 나무 위에서 붉은울음원숭이를 잡아 거의 삼킨 보아왕뱀의 모습. 사진=에리카 파트리샤 퀸티노, <영장류학>

 

원숭이의 천적은 맹금류, 표범 같은 대형 육식동물 그리고 뱀이다. 그러나 무리 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주변을 경계하는 눈이 많아 위험을 쉽사리 피한다. 그러나 동선이 단순한 조각난 숲에서, 끈기의 화신인 보아뱀에게 대형 원숭이가 잡아먹히는 드문 모습을 영장류 학자들이 목격했다.
 

브라질과 미국 연구진은 지난 2월20일 브라질 아마존의 조각난 숲에서 붉은울음원숭이 가족을 따라가며 조사하고 있었다.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두 마리, 그리고 3마리의 새끼로 이뤄진 집단이었다. 이 무리는 전날 밤부터 나무의 15m 높이에서 쉬고 있었다.
 

정오가 되기 직전 암컷 두 마리가 옆 나무로 이동했다. 그 중에서 앞장서던 암컷은 옆 나무의 7.5m 높이로 나아갔다. 원숭이에게 개별행동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는지 모른다.
 

그곳은 며칠 전부터, 어쩌면 한 달 전부터 나뭇가지 무늬로 위장한 2m 길이의 보아왕뱀이 잠복하고 있었다. 보아왕뱀은 길이가 5~6m에 이르고 무게는 14㎏까지 나가는 대형 뱀으로 땅위나 나무 어디서도 사냥한다.
 

암컷의 비명이 길게 울려 퍼졌다. 보아왕뱀은 몸무게 4㎏의 붉은울음원숭이 암컷의 머리를 전광석화처럼 물었다. 이어 원숭이의 목과 몸통을 강력한 근육으로 이뤄진 몸으로 감았다.
 

공격당한 암컷과 가까이 있던 암컷 원숭이가 동료를 조이고 있는 보아왕뱀에게 다가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몇 차례 때렸지만 보아뱀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무리의 다른 원숭이들도 근처 나무에서 동료가 잡아먹히는 모습을 지켜볼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뱀에게 공격당한 원숭이들은 집단적으로 뱀을 때리고, 똬리를 풀고, 당기고, 물어뜯어 동료를 구하는 사례가 있지만 개별적으로 저항해서는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boa3.jpg » 보아뱀의 원숭이 사냥을 목격한 지점. 브라질 아마존의 조각난 숲이다. 사진=에리카 퀸타노 외, <영장류학>

 

보아왕뱀의 공격 5분 뒤 원숭이는 질식 또는 심장마비로 죽었지만 뱀은 똬리를 15분 동안 풀지 않았다. 먹이가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한 뱀은 꼬리로 가지를 감아 체중을 지탱한 채 먹이를 입으로 문 채 똬리를 풀어 몸을 쭉 폈다.

 

그러더니 다시 먹이를 몸통으로 감고 머리부터 삼키기 시작했다. 습격 이후 38분 만이다. 먹이를 완전히 삼키기까지는 다시 76분이 걸렸다.
 

먹이를 다 먹은 보아왕뱀은 다시 원래 자리로 가 휴식을 취했다. 원숭이 무리는 자리를 떴다가 9일 뒤 다시 습격당한 곳에 왔지만 경계심이 늘어난 조짐은 없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관찰로 “커다란 울음원숭이도 대형 뱀의 먹이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아왕뱀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울음원숭이에게 중요한 포식자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boa2.jpg » 보아왕뱀에게 머리부터 반쯤 먹힌 붉은울음원숭이. 사진=에리카 파트리샤 퀸티노, <영장류학>

 

연구진은 특히 개발로 작고 조각난 숲에서 원숭이들은 같은 숲 조각을 늘 지나다니기 때문에 보아왕뱀처럼 잠복과 습격 전략을 펴는 포식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영장류학>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rika Patrı´cia Quintino & Ju´lio Ce´sar Bicca-Marques, Predation of Alouatta puruensis by Boa constrictor, Primates, DOI 10.1007/s10329-013-0377-z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