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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95살 노모와 칠순 아들의 마지막 사랑 이야기

자운영 추억 2013. 7. 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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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오백년의 약속> 트레일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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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다큐멘터리 트레일러’, <오백년의 약속> (Where is my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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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이, 내가 어무이 눈에 안 보이면 왜 그렇게 나를 찾아?” “허허. 적적하니까 그래. 적적하니까….” 아흔다섯 어머니 눈에 백발의 칠순 아들은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다. 한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마음이 편치 않다. 페이스북(facebook.com)에 돌고 있는 다큐멘터리 <오백년의 약속> 트레일러 영상은 ‘효’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사랑 이야기를 예고한다.

권기선 할머니는 18살에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예안 이씨 집안으로 시집을 왔다. 종부로서 70여년을 종택인 충효당을 지키며 살았다. 아들이 첫돌이 지나기도 전에 전염병으로 남편을 잃고 아들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쳤다. 권 할머니는 “자식보다 더 좋은 게 없고 자식보다 더 중한 게 없다”고 말한다. 아들 이준교(70)씨는 서울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다가 8년 전 어머니를 모시려고 홀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어머니를 보며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큐멘터리는 2011년 겨울부터 권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지난 5월까지 어머니와 아들의 일상을 느릿느릿 쫓아간다. 아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잡고 뚜벅뚜벅 ‘마실’을 다니고, 여름밤 모기에 물린 어머니의 팔에 약을 발라준다. 카메라는 평범한 일상에서 세심하게 보살피는 아들의 마음을 포착한다. 3분짜리 영상 마지막 장면은 강한 여운이 남는다. 병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낀 권 할머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아들을 찾는다. “애비야, 애비야.” 목조차 가누기 힘든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향한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효도라는 것이 특별한 것일까? 송규학 프로듀서는 “권 할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자식이 아무리 지극정성을 다해도 하늘 아래 가장 넓다는 어머니의 사랑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볼 수 있도록 눈앞에 있는 것, 그 옆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말했다.

<오백년의 약속>은 10월 열리는 이비에스(EBS) ‘국제다큐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에 올랐고,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진출을 노린다.

박종찬 <한겨레티브이> 기자 pj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