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색·글·책 】

'검색'은 당신을 알고 있다 (7/4 조선)

자운영 추억 2013. 7. 4. 21:07

[데스크에서] '검색'은 당신을 알고 있다

입력 : 2013.07.04 03:03


	신동흔 여론독자부 차장
신동흔 여론독자부 차장
정치인 중에는 수시로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며 흐뭇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최근 방송인으로 변신한 한 전직 국회의원이 TV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에게 부정적인 글은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점에선 연예인들도 정치인과 비슷하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그들에게 인터넷은 "누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지?"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동화 '백설공주' 속 마법의 거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검색 엔진이나 SNS 서비스는 점점 이 동화 속 '마법의 거울'을 닮아가고 있다. 구글은 우리가 뭘 궁금해하는지 다 안다는 듯 원하는 결과를 쏙쏙 찾아준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아 연결해준다. IT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개인화' 서비스다. 구글에선 누가 검색하든 결과가 같은 '표준' 검색 결과는 이제 없다. 대신 예를 들어 '박근혜'란 똑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지지 정당이나 사회적 계층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개인화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구글만 해도 이용자의 컴퓨터 기종, 웹브라우저 종류, 거주 지역 등 무려 57개의 신호를 살핀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어떤 성향인지 끊임없이 파악한다. 진보 인사와 보수 인사가 SNS에서 우연히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구글 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구글의 궁극적 목표는 "내일 뭘 하면 될까요?" "어떤 직업이 나한테 적합한가요?" 등 극히 개인적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껏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아직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글이 누구보다 우리를 알고 싶어하는 이유다. 국내 포털도 '개인 맞춤'의 수준을 높여가는 중이다. 그런데 국내 업체들은 수준(?)이 좀 낮은지 "네이버가 '독심술(讀心術)'을 익히는 중"이라는 말 정도만 들린다.

개인화는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알아서' 배제한다. 물론 우리에게 해당 정보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인터넷에 남긴 쿠키 등 여러 가지 신호 부스러기를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 즉 기계가 '가치 중립적으로' 가공할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어진 결과까지 가치 중립적인지는 의문이다. 거기에는 다른 생각, 다른 시선, 다른 관점이 배제된 세상만 남는다. 소위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을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이용자)가 누구인지 과거보다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됐지만, 이용자인 개인들은 오히려 점점 '자기만의' 인터넷 세계에 갇혀가는 형국이다. 이는 공평하지도 않다.

최근 '오늘의 유머'나 '일간베스트' 등 일부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 중에 극단적 내용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인터넷 서비스의 개인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SNS에선 끼리끼리 뭉치는 성향이 더욱 심하다. 개인 맞춤형 정보만 '편식'하다가 균형 감각을 잃고 세상을 '과장'해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용자 개인'을 더 알고 싶다는 '구글신(神)'이 전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