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정상 바위가 풍화돼 생성된 토양 오롯이 남아
등산객 밟아 쉽게 유실, 울타리 두르는 등 시설공사 중
» 북한산 백운대의 바위가 풍화돼 생성된 토양층과 식생이 보호를 받게 됐다.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해발 836m)에 오르면 바위틈이나 바위가 우묵하게 패인 곳에 흙이 남아있고 이곳에 풀과 키 작은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산꼭대기의 토양은 어디서 왔을까.
굵은 모래가 바람 타고 왔을 리는 없으니, 이곳 토양은 북한산이 처음 땅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결과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수천~수만년 동안 북한산 정상이 비와 바람, 추위와 더위에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 형성된 토양이 오롯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의 자연사를 간직한 북한산의 주요 바위 봉우리에 남은 토양에 대한 보호 사업이 시작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7일 백운대에서 암반층의 토양을 보호하기 위한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식물뿐 아니라 자연사적 가치를 지닌 토양도 본격적인 보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백운대 산이 깎여 만들어진 토양과 그것을 붙잡아 주는 식생 주변을 보호하는 시설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 백운대 바위틈의 토양층과 식물.
북한산은 1억 7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시기 땅속 1만m 지점에서 마그마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로 굳으면서 산을 이룰 암체가 만들어졌다. (■ 관련기사: 땅밑 1만m서 태어나 나이 1억7천만 살) 이후 지상으로 융기한 화강암 덩어리가 오랜 세월 동안 풍화돼 현재의 산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단은 북한산에서 토양이 유실과 퇴적을 반복하면서 1㎝ 쌓이는데 약 200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백운대 정상 부근에는 토양이 여러 곳에 걸쳐(합계 면적 1200㎡) 약 10~60㎝ 깊이로 발달해 있다. 따라서 단순 계산해도 이곳의 토양이 형성되는 데는 줄잡아 수천~1만 200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현재 북한산의 높은 봉우리 토양에는 털개회나무, 참조팝나무, 분취, 처녀치마, 금마타리 등의 식물이 고산 생태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새들의 먹이 활동과 은신처 구실을 하는 등 생물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공단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 라일락의 원종인 털개회나무. 사진=김소영 기자
특히, 이곳에 자생하는 털개회나무는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유명한 사례를 낳기도 했다. 1947년 미국 농무성 직원이 백운대 바위틈에서 자라던 나무에서 종자를 채취해 미국에서 ‘미스킴라일락’이란 이름으로 육종한 뒤 우리나라가 역수입한 역사가 있다.
그러나 백운대 정상의 토양은 밀려드는 탐방객 때문에 급속히 유실되고 있다. 신현승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복원부 계장은 “등산객이 토양을 밟으면 딱딱해져 그 위의 식물이 죽게 되고, 그러면 식물 뿌리가 흙을 잡아주지 못해 토양이 빗물에 쉽게 씻겨나가는 일이 벌어진다.”라고 설명했다.
» 등산객에 밟혀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고 토양이 유실되고 있는 백운대 토양층 모습.
» 백운대 토양보호 공사 뒤의 모습.
공단은 백운대 위 토양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탐방객이 토양을 밟지 않도록 유도하는 토양유실 방지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나아가 주변에 자생하는 털개회나무 등 원래 있던 식물을 추가로 심고 토양을 보강하는 훼손지 복원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또 이런 토양 보호사업은 북한산의 다른 주요 봉우리인 족두리봉, 문수봉, 대머리바위, 영봉, 보현봉에도 추진할 계획이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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