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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의 치명적 무기는 빠른 속도 아닌 급감속

자운영 추억 2013. 6. 16. 20:48

 

조홍섭 2013.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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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파워 우사인 볼트의 4배, 한 걸음에 시속 14㎞ 감속 가능

정밀 측정으로 최고 속력 93㎞ 확인…영 과학자 <네이처> 논문

cheetah-collar_ss.jpg » 지피에스 등 첨단 측정장치가 달린 목줄을 단 야생 치타. 연구진은 이런 치타 5마리로부터 자료를 얻었다. 사진=영국 왕립 수의대 구조 및 동작 연구소

치타는 고양이과의 어떤 포식자보다도 사냥 성공률이 높다. 그 비결은 흔히 치타의 빠른 속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타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는 것은 사실 논란 많은 주제였다. 1965년 케냐에서 잰 시속 105㎞가 공식기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잰 곳이 평탄한 흙바닥인데다 반쯤 길들인 치타가 낸 속도였다. 게다가 이후에 동물원의 치타로 아무리 실험을 해 봐도 시속 64㎞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보기가 힘들었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포식자’란 치타의 수식어엔 거품이 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단숨에 불식시킬 연구결과가 나왔다. 앨런 윌슨 영국 왕립 수의대 교수 등 연구진은 13일 권위 있는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치타에게 실제로 측정장치를 부착해 장기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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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아프리카 보츠와나 오카방고 삼각주 일대에 서식하는 치타 5마리에 특수 목줄을 달았는데, 여기에는 가속계, 평형 측정장치, 지피에스(GPS) 장치 등이 달려있었다. 이 논문은 이렇게 측정한 367차례의 사냥 행동을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치타의 최고속도는 시속 93㎞로 이제까지 알려진 최고속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이 조사에서 치타가 사냥할 때 중요한 건 이 최고속도가 아니라 다른 능력임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치타는 사냥할 때도 전속력으로 달리는 시간은 짧았고 평균속도는 시속 50㎞ 정도였다. 그런데도 사냥 성공률이 높은 비결은 민첩성과 강력한 파워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속도경쟁으로 먹이를 제압하기보다는 요리조리 도망치는 먹이를 따라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가 재빨리 가속하는 등 뛰어난 몸 조절 능력으로 사냥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Structure & Motion Lab, RVC_K Golabek_Cheetahhuntingimpala9996_small_000.jpg » 주요 먹이인 임팔라를 공격하는 실험 목줄을 단 치타. 사진=영국 왕립 수의대 구조 및 동작 연구소

치타는 한 걸음에 속도를 시속 14㎞ 줄이는 놀라운 감속 능력을 보였고, 가속은 이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한 걸음에 시속 10㎞씩 늘리는 가공할 힘을 냈다. 연구진은 최대 가속 때 치타의 근육이 내는 동력은 체중 1㎏당 120와트에 이르는데, 이는 100m를 9초58에 뛰는 우사인 볼트가 내는 파워보다 4배 이상 큰 값이라고 밝혔다.
 

이런 민첩성과 동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강력한 근육과 유연한 척추, 그리고 접지력이 좋은 큰 발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윌슨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치타 발의 그립은 오토바이보다 우수하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리면서 안정감 있게 회전과 급가속, 급감속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JerryFriedman_kenya_640px-Cheetah_with_impala_kill.jpg » 사냥한 임팔라를 먹고 휴식하는 치타. 사진=제리 프리드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에서 치타는 367번의 사냥에서 94번 먹이를 잡아 26%의 성공률을 보였다. 절반 가까운 48%의 사냥은 앞이 터진 초원에서 이뤄졌지만 큰 나무가 드문드문 있는 곳과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이뤄진 사냥도 각각 24%나 됐다. 또 상당수 사냥은 밤중에 이뤄졌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도 치타의 속도나 사냥 성공률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논문은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ocomotion dynamics of hunting in wild cheetahs
A. M. Wilson, J. C. Lowe, K. Roskilly, P. E. Hudson, K. A. Golabek & J. W. McNutt
Nature
doi:10.1038/nature1229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