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초 홍도에 들러 둥지 손보고 짝 찾아…번식 여러달 전에 왜 하는지는 의문
고양이 울음소리에 새우깡 좋아하는 익숙한 새는 '수수께끼의 새'이기도
» 경남 통영 홍도에 날아드는 2만여 마리의 괭이갈매기 떼. 이들의 정확한 행동 이유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괭이갈매기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바닷새이다. 주로 작은 물고기나 연체동물, 갑각류, 또는 죽은 바다 생물을 먹거나 다른 바닷새의 먹이를 빼앗아 먹지만 배를 잘 따라다니며 ‘새우깡’을 잘 받아먹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갈매기는 동료를 부를 때 고양이 소리를 내 ‘괭이갈매기’란 이름을 얻었다. 일본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바다 고양이’라고 부른다. 드물게 이 새가 나그네새로 들르는 영어권에서는 ‘검은 꼬리 갈매기’라고 형태적 특징에 주목했다.
이 흔하디 흔한 괭이갈매기에 무슨 숨겨진 비밀이 있을까 싶다. 사실 권영수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장이 지난해 이들의 번식행동을 조사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때까지 알려진 괭이갈매기의 번식행동은 이렇다. 해마다 4월 중순께 홍도, 독도, 난도 같은 무인도에 큰 집단이 모여 둥지를 틀고 번식한 뒤 7~8월이면 번식지를 일제히 떠나 섬이나 해안가에서 겨울을 나는 텃새라는 것이다.
» 홍도에 내려앉은 괭이갈매기.
권 박사는 정확한 이동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2월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번식은 예년보다 9일쯤 이른 4월4일 시작했지만, 예상과 크게 어긋난 건 아니었다.
흥미로웠던 건 갈매기 무리가 2월에도 섬에 출현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섬에 왔다 떠나는 행동을 되풀이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권 박사는 올해는 아예 1년 내내 무인카메라로 갈매기의 도래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한겨울인 1월 초부터 괭이갈매기들이 섬에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번 오더니 차츰 방문 횟수를 늘려 하루 3번까지 왕복하더라고요. 산란시기인 4월이 가까워지면서 드나드는 횟수가 점점 잦아졌습니다.”
번식기를 여러 달 앞두고 무엇 때문에 번식지에 찾아드는 걸까. 처음 권 박사는 좋은 둥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서 그럴 것으로 짐작했다.
홍도는 국내 최대의 괭이갈매기 번식지로서 2만여 마리가 이 섬에서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번식지로 향하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 홍도에 둥지를 튼 괭이갈매기.
» 괭이갈매기의 알. 보통 2~3개를 낳는다.
하지만, 관찰 결과는 그런 가설을 쉽게 무너뜨렸다. 괭이갈매기는 이전에 자신이 번식했던 둥지를 또 찾아가 알을 낳았던 것이다. 그럼 대체 왜 이렇게 일찍 번식지를 찾는 것일까. 권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 둥지를 찾아 부서진 곳을 보수하고 또 헤어졌던 짝을 찾는 일도 그 많은 갈매기 떼 속에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몇 달씩 일찍 찾아올 이유가 되지는 않아 앞으로 중요한 연구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홍도에서 2만여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일제히 둥지를 틀고 번식에 나선 모습.
겨울 바다를 구경하러 바다에 가도 괭이갈매기는 있다. 이들은 홍도 등 번식지로 떠나지 않은 3년 미만의 어린 개체일 확률이 높다고 권 박사는 설명한다. 또 번식지에서도 먹이 터를 왕복하기 때문에 겨울부터 괭이갈매기가 일제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괭이갈매기가 번식을 모두 마치고 섬을 일제히 떠난 날은 지난해의 경우 7월30일이었다. 그 전해의 8월3일보다는 많이 당겨진 것이지만 올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어쨌든 해안가에서 괭이갈매기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기간은 8월부터 12월 사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머지 7달 남짓을 괭이갈매기는 외딴 번식지에서 주로 보낸다. 그 이유는 아직 무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흔하고 친근한 바닷새는 수수께끼의 새이기도 하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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