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지기로 40년 활약…‘지리산 호랑이’ 떠나다 |
40년 동안 지리산 산장지기로 활동하며 ‘지리산 호랑이’로 불려온 원로 산악인 함태식 선생이 14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6.
1928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순천중학교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함 선생은 1971년 노고단대피소 관리인을 맡아 ‘산사람’이 된 이후 16년을 노고단에서, 24년을 피아골에서 보냈다.
함 선생은 반평생을 산중에 머물며 환경보존 운동과 인명구조 활동에 투신했으며, 지리산이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는 데 앞장선 일등공신이었다.
지리산을 분신처럼 여겼던 그는 2009년 5월4일 팔순의 나이에도 1915m 천왕봉 정상에 올라 케이블카 설치 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날 ‘미친 짓 당장 그만두시오’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정상에 섰다. 그는 연관 스님(전 화엄사 주지), 송영호(전 뱀사골대피소 관리인), 김병관(전 연하천대피소 소장) 등 산사람들과 함께 등산객들한테 케이블카 반대 서명을 받는 등 지리산을 지키는 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시 환경부가 자연보존지구의 케이블카 설치 거리를 2㎞에서 5㎞로 연장하겠다고 입법예고하자 “민족의 보물 지리산을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함 선생은 1989년까지 노고단대피소에 있던 시절엔, 반독재 민주화운동 인사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다. 이런 인연으로 인권변호사 이돈명 전 조선대 총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통일운동가 안재구 교수, 송건호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등과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
산악인들은 그의 긴 턱수염을 보고 ‘털보아저씨’라고도 불렀다. 노고단대피소에 있던 때 캠핑을 하면서 소란을 피우거나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일부 등산객들을 엄하게 혼쭐내기도 해 ‘지리산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함 선생은 ‘건강이 염려되고, 조난 등의 긴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대피소 관리인의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권유에 따라 2011년 12월 지리산 생활을 접고 하산해 아들이 있는 인천에서 지내왔다. 당시 하산 소식을 듣고 피아골 산장으로 몰려든 산악인들은 “지리산 호랑이가 지리산에서 죽어야지, 어디서 죽으란 말이냐”며 반평생 지리산을 꿋꿋하게 지켰던 그가 떠밀리듯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후 함 선생은 인천의 아들 집에서 지내다 5개월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한 달 전 인천 신주안요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둘째아들 함천주씨는 “예전에 심장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최근 심장 판막이 많이 약해져 고생을 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장녀 애리, 장남 인주, 차남 천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인천 남구 주안3동성당에 마련됐고, 발인은 16일 오전 9시다. (032)867-5141.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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