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날........
일본인 분재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왜 니네는 느티나무 분재를 빗자루처럼 만드냐?'
그 친구....... 쌩뚱맞은 표정으로 되 묻습니다.
'그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야 자연에서 느티나무가 빗자루처럼 자라디?'
그 친구....... 이번엔 갑갑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습니다.
'그럼 그렇게 자라지 어케 자라냐?' -,-
그렇게...... 느티나무 분재에 대한 대화가 답답하게 오가고 난 후
왜 느티나무 분재는 소위 말하는 빗자루 수형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더욱 크게 머릿속에 맴돌았는데요
올 해(2012년) 초 일본분재투어때
드디어 그 의문점이 풀렸습니다.
왜? 일본분재인들은 느티나무분재를 빗자루 수형(또는 우산수형)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일본의 느티나무분재 작품 두점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80회 국풍전에 출품된 느티나무작품입니다. (자료출처 - 80회 국풍전 도록)
일본에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는 아래의 느티나무를
수형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줄기가 근장부에서 부터 직선으로 곧게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줄기 3분의 1 지점에서 부터 여러개의 기본가지들이 분기가 되고
그 기본가지들이 또다시 분기되어 여러개 잔가지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지끝 선단은 정교하게 둥그런 외곽선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수고 54cm.
80회 국풍전에 출품된 또 다른 느티나무 작품입니다.
위의 작품과 기본적인 수형에서는 같은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곧게 솓아오르는 기본줄기,
3분의 1 지점에서의 기본가지 분기,
둥구렇게 마무리된 정교한 가지끝 선단.
수고 38cm
위의 두 작품은
일본의 느티나무분재가 가지고 있는 수형적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분재인들은 이를 소위 '빗자루 수형' 또는 '우산 수형' 이라고 일컫고 있구요.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온 느티나무 분재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고
분재취미인들중 많은 분들이 그러한 수형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분재인들은 느티나무를 그렇게 만들까?
올해 초 일본분재투어때 일본인 친구가 잠시 들렀다 갈 곳이 있다며
도쿄인근의 곳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차를 잠시 세우고서는
'따라와봐........' 하고는 걸어가데요.
잠시 걸어가더니
'봐! 이게 우리나라 느티나무야' 하고 나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가르킨 곳에는 수령 500년된 느티나무 고목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나무를 보여주면서 그 친구........ 말은 안했지만
'이 쉐이야....우리나라 자연에서는 느티나무가 이케 생겼다.'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작년에 오갔던 느티나무 수형에 대한 갑갑한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 듯.....^^;
그 나무를 보고서야
'아~~! 얘네들이 이래서 느티나무를 빗자루 수형으로 만드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랫동안 갇고 있던 의문점이 비로소 풀렸습니다.
수령 500년된 일본의 느티나무 고목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실물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대략 아파트 10층높이쯤.......
약간 다른 각도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꽤나 멀리 떨어져서 28mm 랜즈로 담았는데도
다 담아내지는 못할정도로 무척이나 큰 나무였습니다.
이 나무를 보면서......
일본인들의 느티나무 분재 수형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나고 자란 자신들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이렇게 생겼으니
자연스레 분재또한 그렇게 만들 수 밖에.......
부분적으로 나누어 촬영한 모습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근장부와 곧게 솟아오른 줄기의 모습입니다.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근장부는 500년 된 고목답게
그야말로 대지를 움켜쥔 모습이 압권이었습니다.
줄기는 직간처럼 그대로 직선으로 쭉! 솓아올랐습니다.
곧게 솟아오른 기본줄기가 시작되고
약 3분의 1 이상의 지점에서부터
여러개의 기본가지들이 분기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재차 가지들이 분기가 되고 있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확대촬영한 모습입니다.
기본가지가 분기되는 지점이 약간씩의 편차를 두고
기본가지들이 나와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가지에서 분기된
잔가지들의 끝 선단이 둥그랗게 윤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나무의 전체적인 이미지나...... 부위별 모습에서
빗자루 수형의 느티나무 분재와 유사하다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자연에서 자라는 느티나무가 이처럼 생겼을진데........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빗자루수형' 또는 '우산수형' 의 느티나무분재는
말그대로 '자연스러움' 을 담았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느티나무 고목과 국풍전에 출품된 작품을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이미지가 매우 유사함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가 말하는 소위 '빗자루(또는 우산) 수형' 이
그들에겐 자연스럽게 비춰지기에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랫동안 갖고있던 의문점이 비로소 풀렸습니다. ㅎㅎ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우리에게도 느티나무 분재의 빗자루수형이 '자연스러운' 모습일까요?
그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개인의 취향문제이기에
딱히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 자연에서 자라는 느티나무와
일본에서 자라는 느티나무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우리나라와 일본의 느티나무를 사진으로나마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카메라 담아두었던 느티나무 보호수 2점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나무는
충남 청양에 소재한 수령 200년의 느티나무 보호수입니다.
근장부에서 이어지는 줄기에서부터 곧바로 기본가지들이 분기가 되는데요........
분기된 기본가지는 '가지'라기 보다는 '줄기'에 가깝다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각각의 방향으로 향하는 가지들의 구불구불한 '곡' 에서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겪은 흔적이 여실히 나타나는 듯 합니다.
또한, 각각의 위치에 자리를 잡은 기본가지(줄기)는 잔가지와 더불어
독립된 공간을 만듦과 동시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갔다 댔습니다.
(분재는 크기를 가늠할때 담배갑을 놓는데......
이 나무는 차를 대 놓아야 크기를 가늠 할 수 있어서....ㅎㅎ)
웅장하지요? 그리고 죽여주지 않나요? ^^;
가끔 이 나무 앞을 다닐때 마다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감상하곤 합니다. ^^
기본가지가 분기되는 지점을 확대촬영한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데로......
줄기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기본가지들이 분기가 되는데요
'가지' 라기 보다는 '줄기' 라는 것에 공감이 가시는지요?
혼자가 아니 여럿이 각자의 방향을 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것이
우리나라의 느티나무가 아닌가 합니다
앞서 소개한 일본의 느티나무와 우리나라의 느티나무를 비교한 사진입니다.
소위 '직간' 의 형상을 띈 것이 일본의 느티나무라면
우리나라의 느티나무는 '주립' 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로 소개할 나무는 충남 공주에 소재한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 보호수 입니다.
첫번째 보호수와 비교했을때
줄기, 또는 가지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힘이 있어 보인다는 것을 빼고는
비슷한 이미지를 띄고 있습니다.
(사진 우측 하단에 자동차 궁둥이를 보면 이 나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분기점을 확대 촬영한 모습입니다.
(사진에 마우스놓고 클릭을 하면 '원본' 싸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잎이 무성할때 촬영한 모습입니다.
이 모습 그대로 화분에 담을 수만 있다면........
정말 죽여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ㅎㅎ
이 동네에 사시는 분들께 이 나무는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당산나무' 요
함께 모여 삶을 공유하는 '사랑방' 이 아닌가 합니다.
더불어,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도 베어지지 않은체 우리에게 이어져 내려오는
소중한 '자연의 보물' 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나무와 비교한 모습입니다.
위에서 비교한 것처럼 우리나라 나무가 '주립' 의 이미지라면
일본의 나무는 '직간' 의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느티나무가 자연에서 자라는 모습이 다른 것은
첫째로 수종의 유전적 성질의 다름에서 기인하고
둘째는 기온, 바람, 눈, 비...... 등등의 환경적요인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자라는 모습이 다른 느티나무이기에
우리는 우리 나름데로
느티나무에 대한 수형을 구상하고 만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실생이든 자연목이든 소재자체를 구하는 것이 쉽지많은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분재에 대해서 내리는 정의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로 표현하는 문화' 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듯 합니다.
서로다른 환경과 여건에서 태동하는 각 나라의 '문화'는
서로 다른 특성을 담고 있을 것이구요.
서로다른 문화를 '좋다, 나쁘다' 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것이 우리의 '문화' 이고
우리나라의 분재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아낼때 비로소
'한국적인 분재문화' 가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외국의 분재친구들에게 '이것이 우리나라의 분재야!' 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느티나무의 수형에 대한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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