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원앙 수컷의 짝짓기 유혹…가슴 크게, 더 크게

자운영 추억 2013. 2. 2. 11:50

윤순영 2013. 01. 31

조회수 9218 추천수 2

여러 수컷이 암컷 에워싸고 '내 가슴 어때요?' 간택 애원

다양한 겨울철새 쫓는 불법 낚시꾼…"도심공원에 새 먹이 유실수 심자"

 

크기변환_SY3_9138.jpg » 번식기를 맞아 화사하게 단장한 원앙 수컷. 천연기념물 제 327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의 보호종이다.

 

지난 1월26일 서울의 도심을 관통하는 중랑천 주변의 새를 찾아 나섰다. 중랑천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그나마 자연성을 간직한 하천으로, 전체 길이 약 36.5㎞ 가운데 서울 관내에 19.38㎞가 위치하며 평균 하폭은 150m인 제법 큰 물줄기이다.

 

크기변환_SY1_8549.jpg » 서울 성동구의 중랑천 하류 모습.

중랑천은 경기도 양주 불국산에서 발원하여 장암동을 거쳐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교 부근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경기도 관내의 중랑천은 지방하천으로 분류되지만, 서울에 접어들면 국가하천으로 등급이 바뀐다.

 
크기변환_SY3_9810.jpg » 중랑천에는 도심 하천이라고 믿기기 힘들 만큼 다양한 새들이 몰려든다.

 

제법 다양한 새들이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 전철과 자동차 소음, 그리고 빈번하게 오가는 산책인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게 놀고 있다. 도시 속에서 이 정도는 학습한 결과인 것 같다.

 

크기변환_SY1_8556.jpg » 중랑천 하류 너머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동호대교와 한남대교가 멀리 보인다.

 

크기변환_DSC_9374.jpg » 크고 넓적한 부리가 특징인 오리 넓적부리.

 

산책하는 사람들마다 작년보다 새들이 많이 찾아 왔다고 즐거워한다. 눈에 보이는 물새들만 꼽아도 넓적부리, 고방오리, 댕기흰죽지, 흰죽지, 민물가마우지, 청머리오리, 황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열 손가락을 거의 꼽는다.  이곳에서 친근하지만 귀한 새인 원앙 70여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크기변환_SY3_9792.jpg » 물 위에서 크게 날갯짓을 하며 몸단장을 하는 고방오리.

 

크기변환_DSC_9308.jpg » 수컷 머리 뒤에 늘어진 댕기와 노란 눈이 특징인 댕기흰죽지 부부의 다정한 휴식.

 

크기변환__DSC3470.jpg » 민물가마우지. 깃털에 푸른 광택이 있고, 꼬리가 길어서 날 때 다리 뒤로 꼬리가 길게 나온다. 한강에 텃새로 정착하는 무리가 늘고 있다. 김포시 월곶면 보구곳리 한강 하구 유도에서 번식한다.

크기변환_SY3_9224.jpg » 몸에 비늘무늬 깃털과 녹색 머리, 노란 엉덩이가 특징인 청머리오리.

 

이미 새들은 번식기를 맞을 채비가 돼 있다. 암컷 원앙 한 마리에 수컷 원앙이 화려한 색깔의 깃털을 뽐내며 주위에 몰려들어 암컷에게 간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환_SY3_9251.jpg » 물가에 나온 암컷 원앙 한 마리를 수많은 수컷이 둘러싸고 있다.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암컷이 지나가면 수컷은 앞가슴을 부풀려 더 크고 멋지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이미 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암컷을 지키는 일이 힘들고 피곤해 보이지만, 그래도 짝을 찾지 못한 원앙보다는 행복한 것이 분명하다.

 

크기변환_SY3_9726.jpg » "내 가슴 좀 보세요!" 암컷 원앙이 지나가자 수컷들이 가슴을 한껏 부풀려 자태를 과시하며 관심을 끌려하고 있다.


크기변환_SY3_8940.jpg » 갈대밭 속에서도 암컷을 에워싸는 수컷들의 모습이 흔히 보인다.

 

크기변환_SY3_9131.jpg » 짝을 맺은 원앙 부부의 여유로운 산책. 수컷 원앙은 번식기가 끝나면 화려한 깃털이 사라져 암컷과 비슷해지지만 암컷은 부리가 검고 수컷은 부리가 붉은 차이가 있다.

 

크기변환_SY3_9126.jpg » '어쩌면 이렇게 잘 생겼을까.' 물위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는 수컷 원앙.  

 

아쉬운 것은 새들이 쉬고 먹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수변 공간을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야박하게 독차지하지 말고 야생동물과 공유한다면 오히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여유로움을 얻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크기변환_SY3_9141.jpg » 수컷 원앙이 고개를 들어 암컷에게 다가오는 다른 수컷에게 경고하고 있다.

 

크기변환_SY3_9376.jpg » 부채 모양의 주황색 셋째 날개 깃이 위로 솟아 돛단배를 연상케 한다.

 

낚시금지 안내문이 있어도 무시하고 그나마 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 모습도 눈에 보인다. 자연을 배려하지 않고 그저 자연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야박한 처사 같았다. 어제와 달리 새들의 활동이 불안해 보이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크기변환_SY3_9396.jpg » 낚시 금지를 무시하고 새들의 쉼터를 점령한 낚시꾼.

 

크기변환_SY1_8571.jpg » 낚시꾼들에게 밀려 새가 떠난 자리는 황량하기만 하다.

 

크기변환_SY3_9807.jpg » 낚시 금지 구역에 들어가 불까지 피우는 낚시꾼들.

저녁 무렵 올림픽공원에 황여새와 홍여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1986년에 완공한 면적이 13만㎡가 넘는 큰 공원이다.

 

크기변환_SY1_8578.jpg » 올림픽 공원내 몽촌토성. 

크기변환_SY1_8577.jpg » 올림픽공원 산책길.

 

원래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서울 올림픽대회를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나, 지금은 체육·문화예술·역사·교육·휴식 등 다양한 용도를 갖춘 종합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 넓은 땅에서 자연에 대한 배려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보기 좋고 걷기 좋은 인위적인 자연을 흉내 냈을 뿐, 야생동물이 머물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은 거의 없었다.

 

크기변환_SY2_8971.jpg » 산수유 열매.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이다. 

크기변환_SY3_0188.jpg » 열매를 먹는 직박구리. 씨끄럽게 울고 파도 모양을 그리며 난다. 

크기변환_SY3_8924.jpg » 노랑지빠귀.

 

크기변환_SY3_0482.jpg » 머리와 등이 진홍색인 양진이.

 

야생동물을 위한 배려를 한다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이라도 쉽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덴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마 산수유 나무 삼십여 그루가 산책로를 따라 빨간 열매를 떨구지 않고 겨울을 지내고 있어 새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다행스런 일이다. 산수유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이다.

 

크기변환_SY3_0209.jpg 

 

크기변환_SY3_0077.jpg » 부리가 두터운 콩새 수컷, 낙옆을 들춰 먹이를 찾고 있다.

 

크기변환_SY3_0130.jpg »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자 목을 빼고 바로 경계자세에 들어가는 콩새 암컷. 수컷보다 색이 연하다.


콩새, 박새, 홍여새, 황여새, 양진이, 직박구리, 노랑지빠귀, 흰지빠귀, 박새, 쇠박새 등 다양한 새들이 많은 산책인들의 눈치를 보며 높은 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가 안전한 틈을 타 산수유 나무로 달려들고, 먹이를 먹은 뒤 다시 날아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람 때문에 먹이를 먹는 것도 가슴 조이는 긴장의 연속이다.

 

크기변환_SY3_9876.jpg » 꼬리 끝이 빨간 홍여새. 

 

크기변환_SY3_0375.jpg » 홍여새의 뒷모습.

 

크기변환_SY3_0298.jpg »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를 먹고 있는 홍여새.

 

공원이나 정원에는 열매를 맺는 나무나 씨앗이 많이 달리는 식물을 심는 일이 흔치 않다. 이제는 새들이 풀씨와 열매를 먹을 수 있는 한 그루라도 심는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환_SY3_0461.jpg » 꼬리 끝이 노란 황여새 산수유를 부리에 물고 주변을 살핀다.

 

크기변환_SY3_0470.jpg » 먹이를 물고 쨉싸게 달아나는 황여새.

환_SY3_0354.jpg »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를 먹고 있는 황여새.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이 어려울 것 같지만 해법은 늘 일상 속에 들어 있다. 머지않아 식목일이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동네마다 있는 공원에 새들이 먹이로 이용할 수 있는 나무를 한 그루라도 심으면, 삭막하던 공원에 새들이 모여들어 어느덧 자연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환_SY3_0441.jpg

 

글·사진 윤순영/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