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1. 03
중국 남서부 광시성 석회암 동굴서, 햇빛 바깥의 0.04%에서 꽃피고 자라
험하고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이어서 최근 신종 발견 잇따라, 보전 조처 시급
» 중국 남서부 동굴 속에서 발견된 신종 쐐기풀 필레아 카베르니콜라. 사진=알렉스 먼로
빛 한 점 들지 않는 동굴 속에도 물고기, 곤충, 거미 등 그곳에 적응한 특별한 동물이 산다. 햇빛이 없으니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살아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미약하나마 빛줄기가 들어오는 동굴 들머리에는 종종 이끼나 고사리처럼 선선하고 습기 찬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나, 홍수 또는 박쥐 배설물과 함께 외부에서 들어온 식물이 살기도 한다. 바깥 식물이 동굴에 들어온 게 아닌 애초 동굴 속에서만 살아가는 독특한 식물도 있다.
» 중국과 영국 식물학자가 양치 동굴 들머리에 서 있다. 바닥에 여기저기 나 있는 것이 신종 쐐기풀이다. 사진=알렉스 먼로
중국 남서부 광시성의 미얀마와 베트남 국경 지대엔 대규모 석회암 지대가 펼쳐진다. 수천 개의 동굴과 깊은 계곡으로 이뤄진 지형이 워낙 험하고 가팔라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여기서 동굴 쐐기풀 등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알렉스 먼로 영국 자연사박물관 박사 등 중국과 영국 식물학자들은 온라인 공개학술지 <피토키스>에 최근 실린 논문을 통해 이곳에서 새로 발견된 쐐기풀과의 식물 3종을 신종으로 보고했다.
이 가운데 한 종은 동굴 안에서만 자라는 물통이속 식물이다. 먼로는 그 발견 소감을 학술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밝혔다.
중국인 동료인 광시 식물연구소 웨이 이강이 처음 동굴에 사는 식물을 내게 소개했을 때 나는 그가 중국말을 영어로 잘못 옮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양치 동굴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다문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동굴은 달 표면과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쐐기풀과의 식물이 컴컴한 곳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지요.”
» 동굴 쐐기풀의 모습. 사진=먼로와 웨이
이 식물은 완전한 어둠이 아닌 동굴 들머리의 어슴푸레한 곳에서 자라는데, 햇빛의 양은 환한 곳의 2.78~0.04%에 지나지 않았다.
키 50㎝에 다른 물통이처럼 보랏빛 작은 꽃들을 매달고 있는 이 식물은 동굴 2곳에 모두 100~200개체만 있어 보호조처가 시급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식물이 사는 동굴 근처엔 약초재배 밭이 있고 이 석회암 지대에서는 광산개발이 한창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양치 동굴 안(A)과 밖(B)의 모습. 농경과 광산 개발로 보존 조처가 시급하다. 사진=먼로와 웨이
연구진은 동굴 밖 석회암 계곡에서도 세계에서 이곳에만 있는 쐐기풀 2종을 새로 발견해 이 학술지에 보고했다.
이 식물이 어떻게 동굴 안에서 자라게 됐으며 어떻게 극히 적은 햇빛만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onro AK, Wei YG, Chen CJ (2012) Three new species of Pilea (Urticaceae) from limestone karst in China. PhytoKeys 19: 51?66. doi: 10.3897/phytokeys.19.39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자연·신비·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사 직전 왜 옷을 벗어버릴까 (0) | 2013.01.05 |
---|---|
지리산 야생곰과 방사곰, 어디서 사랑 나눴나 (0) | 2013.01.05 |
천수만 황새 부부, ‘느림의 미학’으로 새해 연다 (0) | 2013.01.05 |
공작이 짝짓기 직전 소리지르는 이유, 엿듣는 다른 암컷 때문 (0) | 2012.12.27 |
서 남극, 세계에서 온난화 가장 심각 드러나 (0) | 2012.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