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7
거대한 장식 깃털과 함께 수수께끼이던 짝짓기 직전 울음 이유 밝혀져
자칼 등 천적에 알려지는 위험보다 다른 암컷 확보하는 이득 커
» 수컷 공작은 화려한 의상뿐 아니라 목소리로도 암컷을 유혹한다. 사진=토니 히스겟, 위키미디어 코먼스
공작 수컷이 화려하고 거창한 깃털을 가진 이유는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의 건강과, 그런 거추장스러운 몸으로도 너끈히 천적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암컷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마치 고급 승용차로 여성을 유혹하려는 남성처럼.
수컷 공작에게는 또 다른 수수께끼 행동이 있다. 짝짓기 직전에 독특한 소리로 크게 우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과학자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나섰다.
수컷은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활짝 편 꼬리 깃털을 꼿꼿하게 세우고 가볍게 흔들면서 환상적인 짝짓기 구애 행동을 한다. 암컷의 마음을 얻은 수컷은 몸을 낮춰 받아들일 준비가 된 암컷 등 위에 올라가기 직전 두 음절의 특이한 소리로 크게 운다.
■ 수컷 공작의 짝짓기 직전 울음 유뷰트 동영상(자료=듀크대)
국제학술지 <행동>에 이 행동에 관한 연구논문을 낸 제시카 요르진스키 인지신경학센터 박사는 이 대학이 최근 낸 보도자료에서 “이 단계에서 암컷은 이미 수컷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짝짓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수컷이 또 다른 신호를 보낼 필요를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언듯 불필요해 보이는 이 신호는 공작 서식지인 인도 정글의 자칼, 호랑이, 매 등 천적을 불러들이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말하자면, 짝짓기하는 공작들은 정신을 다른 데 팔고 있으며 취약한 상태라는 사실을 광고하는 셈이지요.” 요르진스키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짝짓기 직전 수컷이 내는 울음소리를 녹음해 인도의 공작 자생지에서 틀어놓았더니 그 스피커 주위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스피커보다 암컷 공작이 더 가까이 오래 머물렀다. 사육하는 공작 우리에서 까마귀 울음소리와 짝짓기 소리를 들려준 실험에서도 수컷이 내는 짝짓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 풀밭을 거니는 인도공작.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 인도의 공작 자생지에서 수컷 공작이 꼬리를 펴고 있으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제시카 요르진스키
다시 말해 수컷 공작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서 멀리 떨어진 다른 암컷에게 ‘나는 이 암컷으로부터 선택 받았다’는 사실을 광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수컷 공작이 아무리 날개를 펴고 뽐내며 걸어도 잘 눈에 띄지 않는 인도 정글 서식지에서 이런 울음은 꽤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어쨌든 천적에게 울음소리가 들려 입을 위험보다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하는 이득이 컸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진화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암컷은 왜 이런 수컷에 끌리는 걸까. 요르진스키의 설명을 들어 보자. “누군가 이 수컷을 보증했다는 거지요. 한 암컷에서 그럴듯한 수컷이라면 다른 암컷에게도 괜찮겠지요.”
실제로 자연계에는 이런 짝짓기 노하우가 널리 퍼져 있다. 수컷의 자질을 힘들게 따지기보다 다른 암컷이 고른 수컷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수컷 주변에 암컷이 몰려든다.
» 인도 서식지에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나무에 오른 공작 수컷. 사진=제시카 요르진스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은 뒤에 짝짓기 울음을 울 것이 아니라 암컷 없이 거짓으로 우는 편이 쉬울 것이다. 요르진스키는 “드물지만 그런 거짓을 하는 수컷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왜 흔하지 않은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orzinski, J. and K. Anoop (2013). “Peacock copulation calls attract distant females.” Behaviour DOI:10.1163/1568539X-0000303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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