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4
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홍어
혀와 코와 눈을 뒤집는 ‘혁명의 요리’ 홍탁삼합의 주인공
생식기 2개 수컷은 철저한 일부일처 지켜…번식 느린데 남획으로 자원 고갈
» 수족관에 있는 참홍어의 모습. 사진=오픈케이지
■ 남도 문화의 정수, 홍탁삼합
홍어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홍탁삼합(洪濁三合)이며, 이는 곧 남도문화의 정수이다. 먼저 푹 익은 김치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참홍어를 고춧가루 섞은 소금에 살짝 찍어 올려놓는다.
다시 그 위에 비곗살이 붙은 돼지고기 수육을 얹은 뒤 새우젓과 함께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 가득 먹어보자. 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나올 듯한 알싸하고 지릿한 암모니아 냄새가 입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 찼다가 코로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 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리고는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단숨에 쭈욱 들이킨다. 잠깐 숨을 돌리고 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 누군가 이런 맛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였다. “참홍어의 구린 냄새와 듬직한 돼지고기의 맛을 품안에 감싸는 김치 맛의 포용력은 강한 충돌 끝에 화해를 이룬 아이러니한 음식 맛의 극치 중 하나다.”
또한 “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 남도의 음식인지라 문학적 표현 또한 남도다워 이보다 잘 표현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얼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 거기에 곁들인 탁주 한 잔은 참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중화되어 독성을 없애기 때문에 술꾼들에겐 이 이상의 안주는 없다. 이것을 일컬어 음식의 궁합이라 한다.
» 입안에서 폭발하는 남도 맛의 정수 삼합. 사진=박미향 기자
한번 맛을 들이면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맛과 특유의 냄새를 지닌 참홍어, 이 독특한 맛은 남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고향의 맛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서남해안에선 잔치가 벌어지면 반드시 삭힌 참홍어를 올렸고, 이것이 빠진 잔치는 아무리 잘 차렸어도 먹을 것이 없는 잔치라며 허전해 한다.
이렇게 참홍어 맛의 본고장으로 목포를 들고 있으나, 원래 참홍어는 흑산도 부근에서 주로 잡아왔다. 그런데 옛날엔 풍랑이 잦고, 배는 변변하지 못해 육지와 왕래가 쉽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이곳에서 잡은 참홍어를 육지로 바로 옮길 수가 없으니 삭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 톡 쏘는 참홍어 맛의 비밀
바다에 사는 경골어류는 염분(3.5%)이 높은 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내가 염도가 낮은 저장액(1.5%)이다. 이와 같이 삼투압이 서로 달라 배추를 소금에 절일 때처럼 저장액이 반투막을 통해 고장액으로 이동하는 삼투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탈수를 막기 위해 해산어는 짠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조금 싸며 아가미에 있는 염세포를 통해 과잉의 염분을 밖으로 배출하는 삼투조절을 한다. 물론 민물에 사는 담수어는 이와 반대이다.
그러나 참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삼투조절 방식이 경골어류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특이하게도 참홍어는 혈액속에 요소((尿素, urea)와 요소 이전의 물질인 트리메틸아민산(TMAO)이 많이 들어있어 체내 삼투압이 해수와 거의 같고, 오히려 신장으로부터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재흡수하여 높은 삼투압을 유지한다.
참홍어가 죽으면 몸에 함유된 요소가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성의 냄새를 내는데, 이 두 물질이 코끝을 톡 쏘는 맛의 원인 물질이다. 그러니까 참홍어의 맛은 삼투조절의 결과라 말할 수 있다.
항아리에서 오래 발효시킬수록 쏘는 맛이 강해지고 살이 부드러워진다. 삭히는 기간은 보통 사나흘에서 1주일. 끈적끈적한 액체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신선한 참홍어를 썼음을 알리는 징표다.
발효된 참홍어를 뜨겁게 찜을 만들면 아직 분해되지 않은 요소와 암모니아가 함께 우리 코를 자극한다. 그러나 그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의 자극성 맛을 식도락들이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나름의 매력이 있음에 틀림없다.
홍어찜뿐 아니라 모든 발효음식은 한번 맛을 들이면 도저히 끊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김치가 그렇고 된장이 그렇다. 또 치즈와 요구르트도 그렇다. 물론 술도 그렇다. 요소가 분해되면 암모니아가 된다는 화학반응을 알기 전부터 참홍어를 발효시킨 후 찜을 해먹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참홍어의 참 맛은 무엇일까? 홍어의 복잡다단한 맛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홍어 맛을 음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홍어 한 점을 입에 머금고 지그시 눈을 감아 보라. 잘못 삭힌 홍어는 냄새가 입 앞부분에서만 터지고 뒷맛이 오래가지 않지만, 잘 삭힌 홍어는 냄새부터 다르다.
입안에서 한입씩 씹을수록 뒷맛의 아련한 자극이 입 뒷부분에서 터진다. 잘 삭힌 홍어를 씹으면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알싸하고 지릿한 냄새가 목을 거쳐 콧구멍 구석구석에 박혀 있다가 숨을 내쉴 때마다 냄새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참홍어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냄새는 자체의 요소성분이 분해되어 나오는 것이지, 부패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먹어도 뒤탈이 나지 않을 뿐더러 맛이나 소화, 영양도 발효시켰을 때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의 옛 식문화가 맛깔스러울 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함을 보여주는 경우이다.
■ 나도 참홍어 먹고 싶다
참홍어는 연골어류인 만큼 뼈가 연해서 경골어류와는 달리 버릴 것이 없다. 이 연골의 주성분은 콘드로이틴으로 뼈마디가 아프고 더구나 그 마디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데는 참홍어가 최고이고,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산후풍증 등에 지네를 먹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효과가 뛰어나 남도 창을 하는 소리꾼들이 즐겨 먹기도 했다고 하니, 남도 창의 유명세에 참홍어가 한몫을 단단히 한 것 같다. 참홍어의 살과 애 즉, 간에는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이중 관상동맥질환, 혈전증을 억제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른 봄, 보리 싹과 함께 손바닥만 한 참홍어 간을 넣어 끓인 참홍어 앳국은 욱신거리는 몸살 기운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 숙성된 참홍어는 강알칼리 식품으로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바꿔주며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하며 암모니아로 대장에서 잡균을 죽여 속을 편하게 한다고 하니, 만병통치약 쯤 되는 것 같다.
이렇게 건강에 좋고 맛도 훌륭한 참홍어를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당연히 어획량이 적어서 그런데, 참홍어의 국내 생산량은 1992년에 약 3000톤으로 정점을 이룬 뒤 계속 감소하여 수백톤까지 낮아졌다. 2008년 1000여톤까지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낮은 자원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칠레, 아르헨티나 및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홍어류 수입이 1만톤 수준이다. 어획량이 적어진 이유는 무엇보다 자원의 재생산량에 비해 너무 많이 잡아서 그렇다.
참홍어 자원 감소는 다른 어종과는 다른 생태적 특성 때문이다. 보통 어류는 1회 산란할 때 수만∼수십만 개의 알을 낳아서 재생산력이 높지만, 참홍어는 1회에 2개 난각(알집)을 만들고 그 안에는 4∼6개의 알을 낳아서 자원이 회복되는 시간이 다른 어류에 비해 몇 배나 많이 걸린다.
최근 산란할 수 있는 참홍어 어미를 보호하기 위해 금어기를 6월 1일∼7월 15일로 정해 잡지 못하게 하고, 어획해도 될 만한 크기를 정하여 그 이하의 어린 개체는 못잡게 하는 포획금지 체장을 체반폭 42 cm로 법규에 정하여 자원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흑산도에는 7척의 홍어 연승(주낚) 배가 허가를 받아 겨울철에 조업을 하는데, 짧게는 2∼3일에서 1주일 동안 출조하여 불과 30∼40마리를 어획한다. 현지에서 보통 8㎏짜리 암컷 한 마리에 50만원이 넘고, 1인분 기준 홍어회 한 접시 4만원, 찜 5만원, 탕 4만원을 받고 있다.
귀하니 비싸게 받아 어민 소득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서민들이 널리 즐길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자원이 회복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 흑산도 참홍어 경매장 모습. 사진=조현수 서해수산연구소 박사
■ 참홍어 새끼인줄 알았던 간재미의 정체
참홍어가 맛의 극치라고 칭송을 받을지라도 그 자극적인 냄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중적 인기를 끌 만한 대체품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10여년 전, 군산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해가 미처 지지도 않은 여름날 퇴근시간에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그곳 터줏대감들에게 이끌려 간 곳은 군산 내항 근처의 ‘감나무집 슈퍼’였다. 간판에 정식 상호가 있으나, 가게 앞 평상 옆에 보잘 것 없는 감나무 한그루가 그나마 그늘을 만들고 있어 다들 그렇게 불렀다.
평상에 앉자 이쁘장한 주인 아주머니가 얼음이 채워진 바케스(?)를 들고 왔는데, 얼음 사이로 맥주병이 보였다. 이것이 4℃의 냉장고 속에 넣은 맥주보다도 더 찬 ‘얼음 맥주’라는 것이다.
저녁도 먹지 않는 빈속에 시원하게 한잔 밀어 넣고 있는데, 접시에 참홍어 새끼가 살짝 구어져 나왔다. 그 옆에는 간장에 땡고추, 그리고 마요네즈를 담은 종지가 있었다. 북북 찢어 건네주는 아주머니 손에서 한 조각을 받아 양념간장 푹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아∼ 그 맛이란…. 강하지는 않지만 홍어의 맛은 나고 몇날 몇일을 다려서 만들었다는 그 비법의 양념 간장 맛이 묘하게 어울렸다.
새벽에 주인 아주머니가 수산시장에 가서 생 것을 사와 집에서 손질하여 그늘에서 며칠 동안 구들구들하게 말려 만든 것이라니 그 정성의 맛까지 가세하였다. 그날 술자리는 밤을 샜다! 이 한여름 밤에 맥주 안주로 먹었던 포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런데 그게 참홍어가 아니고 ‘홍어’였다. 일명 ‘간재미’라 불리는 홍어. 서울에 사는 맛 꽤나 찾아다닌다는 친구도 그 간재미 맛에는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흑산도홍어는 뭐고, 간재미는 뭔가 살펴보자. 얼마 전까지 홍어류에 대한 분류학적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한 전문가의 노력으로 한때 살홍어, 눈가오리 등으로 분류되었던 흑산도홍어가 이젠 ‘참홍어(Raja pulchra)’로 학회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군산을 비롯한 서해안에서 간재미(Raja kenojei)로 지금도 통용되는 놈은 ‘홍어(Okamjei kenojei)’로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이다. 갑자기 홍어라 불리던 것을 참홍어로, 간재미라 불리는 것은 홍어로 불러야 하니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방언이 편할 때도 있다.
» 참홍어(왼쪽)와 홍어
참홍어는 주둥이 쪽이 뾰족한 마름모꼴로 체반 등쪽에 암갈색의 둥근 반점이 한 쌍 있다. 수컷의 꼬리 등쪽에 가시가 1줄, 암컷은 5줄 연달아 나 있다.
겨울철에는 서남해역에서 월동하다가 봄이 되면 수심 50~100m 깊이의 서해안으로 이동하여 펄과 자갈이 섞인 사질 층에서 산다. 여름철을 제외하고 봄과 늦가을(주 산란기는 4~6월, 11~12월)에 산란한다.
겨울이면 다시 남쪽으로 남하 회유를 하여 계절에 따라 서해 전 해역을 이동한다니 믿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참홍어는 냉수성 어종으로서 우리나라 서해 중부 먼바다에 형성된 황해 저층 냉수대에 연중 분포하여 계절에 따라 연안과 외해를 이동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참홍어가 일반적으로 흑산홍어라고 알려진 이유가 흑산도 주변에서만 서식해서 붙어진 이름일까? 흑산홍어의 유명세는 과거의 기록에서도 찾을 수가 있으며, 지금까지도 흑산도를 중심으로 참홍어를 전문으로 어획하는 연승어업이 행해지고 있고 현지에서 경매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흑산홍어’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참홍어는 흑산도 주변의 아랫녘에서만 어획되는 것은 아니고, 경기 인천 지역의 대청도에서도 참홍어를 잡는 연승어업이 조업을 한다.
» 잡은 참홍어를 들어 보이는 어민들. 사진=조현수 서해수산연구소 박사
반면에 간재미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홍어는 머리 앞부분의 각도가 약 90도로 상대적으로 덜 뾰족하고, 꼬리 등쪽에 숫컷은 3줄, 암컷은 5줄의 가시가 나 있다. 배는 희고 등은 갈색으로 많은 회백색 반점이 있어 참홍어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홍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가오리이다. 가오리류는 주둥이 부분이 돌출되어 있지 않으며, 몸은 오각형이고 꼬리가 채찍 모양으로 길고 중간에 한 개의 가시가 있다 것이 홍어류와 다른 큰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노랑가오리(Dasyatis akajei)가 있다. 배쪽이 노란색이며, 체반의 가장자리도 황색을 띄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 입이 튀어나오지 않고 몸이 오각형이며 꼬리가 길어 홍어와 구별되는 노랑가오리의 모습.사진=김미선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
■ 홍어의 처절한 섹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회로 먹거나 굽고, 국을 끓이거나 포를 뜨기도 한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썩힌 홍어를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참홍어가 오래 전부터 토속의 맛으로 자리 잡아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인터넷에 있는 글을 여기 옮겨놓는다.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어서이다.
…정약전과 옛날 사람들은 참홍어를 음란함의 상징으로 기록하고 있다. …두 개의 날개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그 가시를 박고 교미를 한다. 암컷이 낚시바늘을 물고 발버둥칠 때 수컷이 이에 붙어서 교미를 하게 되면 암수 다같이 낚싯줄에 의해서 끌려 올라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낚시에 걸렸기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흔히 말하는 바, 이는 음(淫)을 탐하는 자의 본보기이다….
또한, 홍도 아낙들의 노랫가락에 ‘나온다/ 나온다/ 홍애가 나온다/ 암놈 수놈이/ 불붙어 나온다’라는 구절이 있음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유교에 심취했을 그 당시에 정약전 선생이 참홍어가 삼강오륜을 지키는 일부일처(一夫一妻)주의자임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묘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낙에 걸려 죽어 가는 놈을 덮치는 수놈. 교미 후 기꺼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사마귀의 운명처럼, 자신의 짝에 대한 마지막 작별의 애절함은 아닐까. 참홍어는 정녕 아름답고 처절한 섹스의 미학을 보여주는 물고기일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뱃사람들이 듣는다는 참홍어의 울음소리는 어쩌면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내지르는 교성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은 암컷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4~6개의 알을 낳는다. 상어, 가오리와 함께 홍어류도 난태생이다.
체내수정한 알은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직사각형의 단단한 난각에 쌓여 해조류에 감겨 붙어 있다가 새끼로 산출한 후 수개월만에 체폭 5㎝ 크기로 성장한다. 그리곤 짝을 찾아 서해 바다를 헤집고 다니며 다 자라면 체반 폭이 1m 내외로 5~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연령과 생활사에 대해서는 서해수산연구소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다.
» 난각 속 참홍어 알. 사진=강언종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 난태생인 참홍어 새끼의 부화 모습. 사진=강언종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철저한 일부일처인 참홍어는 암놈이 크고 맛도 뛰어나다. 따라서 암컷이 수컷보다 가격에서도 큰 차이가 나게 비싸다. 참홍어 수컷의 생식기는 체반 끝 꼬리 시작 부위 양쪽으로 두개가 툭 삐져나와 있고 가시가 붙어 있는데, 옛날 뱃사람들은 생식기가 조업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가시에 손을 다칠 수도 있어 잡자마자 배 위에서 생식기를 칼로 쳐 없애버렸다.
수놈의 생식기는 그 중요한 기능에도 이렇게 거세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다. 이러한 조업 행태에서 유래돼 참홍어 생식기를 만만한 사람으로 빗대 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비속어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보다는 참홍어 생식기가 두 개라는 점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중요한 물건이 하나도 아니고 두개라는 것만으로 이미 희소성은 없어졌으니 말이다.
» 홍어 수컷(왼쪽)과 암컷의 생식기 모습 비교. 사진=정소희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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