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분해하고 생긴 노폐물 요소의 90% 이상을 콩팥 아닌 입으로 배출 드러나
목의 특수기관 이용해 배설과 함께 산소 섭취도…염수 적응 위해 진화한 듯
» 자라의 머리. 목에는 요소를 배설하고 산소를 흡수하는 구인강이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자라는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며 식용으로 인기가 높아 대량으로 양식되는 대중적 파충류이다. 하지만 이런 대중적인 동물이라고 우리가 그 동물을 잘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싱가포르 연구자들이 자라의 생리에 관한 놀라운 발견을 했다. 바로 자라는 콩팥이 아니라 주로 입을 통해 요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입 유엔 등 싱가포르 생물학자들은 가뭄으로 말라버린 습지에서 자라가 물웅덩이에 한동안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라의 목에는 ‘구인강’(buccopharyngeal cavity)이라는 아가미 비슷하게 생긴 특이한 기관이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동물이 먹은 탄수화물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만 단백질은 질소가 들어있어 암모니아가 노폐물로 생긴다. 그런데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포유류는 콩팥에서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꾼 뒤 물에 녹여 배설한다. 오줌이 그것이다.
무거운 오줌을 뱃속에 담고 다닐 수 없는 새나 사막 또는 고산지대에 사는 뱀은 질소를 오줌 대신 요산 형태로 저장했다 배설한다. 물고기는 물에 잘 녹는 암모니아를 아가미에서 바로 배출하는데, 일부는 요소 형태로 배출하기도 한다.
» 물속에 잠수하고 있는 자라. 허파 말고 물속의 산소를 흡수할 수 있어 장기간 잠수가 가능하다. 사진=오픈 케이지
연구자들은 자라가 입으로 요소를 배출하는지 알아보려고 자라를 6일 동안 수조에 집어넣고 수질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배설강에서 나오는 오줌은 따로 채취했다. 그랬더니 이 기간 동안 자라가 배출한 요소 가운데 6%만이 콩팥을 통해 배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요소가 어떻게 배설됐는지 알아보려고 이번엔 자라를 밖으로 끄집어낸 뒤 머리만 잠글 수 있을 정도로 얕은 물탱크 옆에 두었다. 자라는 가끔 머리를 물속에 잠갔는데, 그 시간이 거의 질식에 이를 수 있는 20~100분에 이르렀다. 물속에서는 배설기관을 통해 나온 것보다 50배나 많은 요소가 검출됐다.
자라는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무얼 했을까. 연구자들은 자라가 물속에서 인두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물을 빨아들였다 뱉어내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물속에 녹은 산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침을 통해 다량의 요소를 물 밖으로 내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이 요소를 자라 몸속에 주입하고 농도를 측정했더니 혈액에서보다 침 속 요소 농도가 250배나 높은 것은 그 증거였다. 자라는 입으로 요소의 대부분을 배출한 것이다. 또 구인강에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흡수해 장시간 잠수 때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라. 등딱지의 중앙만 딱딱하고 주변은 부드러워 영명은 '부드러운 등딱지 거북'이다. 사진=오픈 케이지
그렇다면 왜 입으로 요소를 배출하게 됐을까. 논문은 자라가 담수에서 기수역과 해수역으로 서식지를 넓히면서 소금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능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수역에선 다량의 담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오줌 형태로 배설해 물을 낭비할 수가 없다. 입으로 배설하면, 주변 염수로 입을 가셔내기만 하면 끝이다.
연구자들은 일부 반추동물이나 박쥐가 침을 통해 요소를 배출하는데 이것이 자라의 요소 배출과 유전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들 동물은 침과 섞인 요소를 삼켜 위에서 미생물이 분해해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쓴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e Chinese soft-shelled turtle, Pelodiscus sinensis, excretes urea mainly through the mouth instead of the kidney
Yuen K. Ip, Ai M. Loong, Serene M. L. Lee, Jasmine L. Y. ong, Wai P. Wong and Shit F. Chew
doi: 10.1242/?jeb.068916 November 1, 2012 J. Exp. Biol. 215, 3723-373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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