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전지현과 박태환을 합친 날랜 에스라인 물고기, 고등어

자운영 추억 2012. 10. 8. 22:26

황선도 2012.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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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고등어

1년에 28㎝ 크는 속도 성장 전략, 등의 줄무늬는 절묘한 위장술

아버지 힘 내고 아이는 자라게 한 서민 생선

uskumru.jpg » 떼지어 유영하는 고등어. 사진=미국립해양대기국(NOAA)  

 

물고기계의 전지현

고등어는 물고기 중에서 최고의 몸매를 가진 대표 생선이다. 몸의 횡단면은 위가 약간 넓은 타원형이며, 종단면은 주둥이 쪽이 뾰쪽하고 등지느러미 시작부의 체고가 가장 높으며 꼬리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유선형이다.

 

요즘 몸매 좋은 여자를 S-라인으로 표현한다면, 고등어야 말로 물고기계의 ‘전지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육상 동물은 다리가 튼튼하여 잘 뛰면 먹이도 잡을 수 있고, 도망도 잘 친다. 그러나 물에서는 체형이 중요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커서 저항을 적게 받아야 빠르게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어와 같은 유선형의 체형은 헤엄칠 때 물이 와류를 일으키지 않고 몸을 타고 흘러 끌림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비행기의 날개가 이를 본떠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물의 저항을 없애기 위하여 튀어 나온 부분이 없이 몸이 매끄럽고 피부에 점액질이 있어 물과의 마찰을 최소화한다. 지느러미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히게 되어 있어 앞으로 전진할 때 저항을 받지 않게 한다.

 

유영속도가 빠른 어류들은 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른 계통군에 속하더라도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체형은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공통의 산물이다. 잔잔한 물에 사는 돔과 같이 옆으로 납작한 물고기는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쉽고, 뱀장어와 같이 몸이 가늘고 긴 물고기는 펄속과 구멍을 쉽게 헤집고 다닐 수 있다. 이와 같이 물고기들은 사는 환경과 헤엄치는 속력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진화한다.

 

Matsumomushi_Scomber_japonicus_(Matsuwasaba).jpg » 고등어는 통통한듯하지만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사진=마츠모 무시,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고기계의 박태환

고등어는 유영속도가 빨라, 평균 시속 60~70㎞로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42.195㎞를 2시간대에 달리는 황영조보다 빠르고, 1500m를 15분 안에 헤엄치는 박태환 선수와 맞먹는 빠르기이다. 더군다나 고등어는 하루 종일 계속 헤엄쳐도 지치지 않고 순간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니, 고등어와는 수영 시합을 해 봐야 손해다.

 

지느러미에는 두 종류가 있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는 홑지느러미이고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쌍지느러미이다. 홑지느러미는 몸의 수평을 유지하여 헤엄칠 때 뒤뚱거리지 않게 하고, 쌍지느러미는 위 아래로 오르내릴 때 사용한다. 

 

크기도 작은 이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아무리 휘저어 봐야 큰 몸을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어 속도를 내는 데는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빠르게 헤엄을 치는 데는 어떤 지느러미를 사용하는 것일까? 물고기가 파닥거릴 때 볼 수 있듯이 몸통 뒷부분이 유연성이 좋아 꼬리자루가 꼬리지느러미와 함께 물을 좌우로 밀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만들어 낸다. 물고기의 척추가 좌우로 잘 휘기 때문에 생긴 수영법이다.

 

이와 달리 척추가 앞뒤로 잘 휘어지는 사람은 접형과 같이 몸을 위아래로 접었다 펴면서 물을 타거나, 발바닥으로 물을 밀어 헤엄치는 평형 그리고 손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으로 물을 잡아당겨 뒤로 밀어내면서 전진하는 자유형을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동물들은 생긴대로 사는데, 사실은 사는대로 생겨진 것이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만물이 그러하니 사람들 역시 외모를 바꾸어 삶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내면의 인상과 자세를 바르게 하여 얼굴과 몸매를 가꾸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을 필자는 사춘기 딸에게 강요하고 있다.

 

위에서 본 고등어.jpg » 헤엄치는 고등어 무리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어른거려 목표를 잡기가 힘들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나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

풀 위에 사는 풀벌레는 풀색을 띠고, 바다 밑 모래 바닥에 사는 가자미는 모래와 같은 색을 띠어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어를 비롯한 참치, 삼치, 정어리 등과 같이 평생을 물에 떠서 사는 표영어류(떠살이 물고기)는 아래위, 전후좌우 모두가 투명한 3차원 공간에 노출되어 있어 숨을 곳이 없다.

 

그런데 이들 떠살이 물고기는 대체로 등쪽이 푸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등 색깔이 푸른 것은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등어 등에 있는 녹청색의 물결무늬는 물결이 어른거리는 자국과 같은 모양으로 대단한 위장술이다. 그리고 물 밑에서 수면을 보면 햇빛이 투과되어 은백색으로 보이는데, 고등어 배 또한 은백색으로 되어 있어 물 밑에 있는 포식자가 위로 쳐다보았을 때 분간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을 숨기는 보호색은 훌륭한 위장술이다.

 

고등어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

‘아가~, 오늘 저녁은 고등어 좀 구워라’. 적어도 40대가 넘은 이들은 어릴 적 시골장에서 새끼줄에 매달려 할아버지 손에 들려와 입맛을 돋우었던 자반고등어를 기억할 것이다. ‘자반’이란 말은 식사를 도와준다는 뜻의 좌반(佐飯)이 변해서 된 말로 생선 또는 콩, 미역, 김, 쇠고기 등을 소금에 절이거나 간장에 조리거나 기름에 튀겨 저장해 놓고 오래 먹는 반찬을 말하는데, 자반고등어는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말한다.

 

1980년대 동요 같이 친근한 노래로 인기를 누렸던 산울림의 김창완 아저씨는 ‘어머니와 고등어’란 노래에서 자반고등어를 노래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어져 있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네…." 대중가요에서도 엿볼 수 있듯 고등어는 아버지의 힘이 되고 아이의 성장이 되고 가족의 사랑이 되는 서민의 생선이었다. 

 

2.jpg » 간고등어. 사진=블로그 <맛있는 한끼>

 

필자가 직접 맛본 고등어 구이는 제주에서다. 2001년쯤이었을까? 겨울이 지나가는 2∼3월이면 실뱀장어 조사를 하러 제주 중문에 있는 천제연 폭포 아래 성산포구로 출장을 갔다. 실뱀장어란 놈이 물때 맞춰, 그것도 야간에 밀려 들어오기 때문에 한밤중에 조사를 해야 했다.

 

자정을 훌쩍 넘어 일을 마치고 숙소인 한국콘도에 돌아오면 춥고 지친 몸을 달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콘도 뜰 안 포장마차 뿐. 출출한 배를 달래려 제주산 한라소주 한 잔에 곁들인 안주는 고등어구이다. 이때가 제주도 주변 해역으로 고등어가 월동하러 모여드는 시기로 포장마차 주인이 새벽마다 수산물시장까지 가서 막잡은 신선한 고등어를 사와 간간하게 소금에 절여 하루를 재워 두웠다가 술안주로 내놓는데, 맛도 맛이려니와 연탄불에 지글지글 구울 때 새어나오는 고등어 기름 냄새는 젓가락질을 재촉하게 하였다.

 

청진동 피맛골 고등어 구이_김명진 기자.jpg » 지금은 사라진 서울 청진동 피맛골의 생선 구이집. 고등어구이가 유명했다. 사진=김명진 기자

 

고등어는 봄이 되면 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를 이용하여 어부들은 연안에서 고등어를 손쉽게 많이 잡았다. 일시에 많이 잡히므로 냉동시설과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장사꾼들이 내륙 산간 오지까지 신선한 생선을 수송할 수가 없어 소금에 절여 유통기간을 늘렸을 것이다.

 

‘간고등어’라고도 하는 자반고등어는 확실치는 않으나 안동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안동 간고등어’는 임금님 수랏상에 진상까지 되었다고 한다. 고등어는 ‘손’이란 단위로 세는데, ‘손’은 물고기나 채소 따위를 한 번 집어드는 수량을 말하며, 고등어는 두 마리를 한 손이라 한다. 이 한손을 한 팩으로 만들어 파는데 1만원을 호가한다.

 

가을 고등어를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 이유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고등어 맛은 일품이다. 옛날 고부간에 갈등이 심할 때 ‘가을 배와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고 할 만큼 가을 고등어를 알아주었다. 이 말은 고등어가 ‘너무도 맛이 있으므로 며느리에게는 먹이지 않는다’는 며느리 경시 의미와, ‘고등어가 지방이 너무 많아 혹시 임신한 며느리가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주의하라’는 자식 생각하는 자비로운 어버이 마음 양면으로 해석된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는 즉시 죽고, 죽자마자 붉은 살의 부패가 빠르게 일어난다. 살아있을 때는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영양의 보고인 붉은 살에 함유되어 있는 히스티딘이 사후에 히스타민으로 변환되고, 이 물질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켜 두드러기, 복통, 구토 등이 생길 수 있다.

 

오죽하면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니, 고등어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각별히 주의하라는 뜻일 것이다. 과거에는 값싼 하급 어종으로 경시받던 고등어였으나, 근래에 유통구조의 정비나 각종 요리법의 개발로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급 생선으로 각광받고 있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고등어 초밥_예종석.jpg » 고등어 초밥. 싱싱한 고등어를 근해에서 잡을 수 있는 이맘때 맛보는 별미이다. 사진=예종석

 

바다의 쌀이 정어리라면 전갱이와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라고 불린다. 보리처럼 영양가가 높고, 값이 싸서 서민에게 친근한 생선이었기 때문이다. 어획량도 많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바다에 이르기까지 그 분포가 넓고 많이 잡힌다. 그동안은 흔해서 가치만큼 대접받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이 머리를 좋게 한다고 해서 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그 값이 치솟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육류 섭취량이 많아지고 성인병은 사회적인 문제이다. 이들에게 '고등'한 물고기 이야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영양분으로 단백질이 필요한데, 육류보다는 수산물 단백질, 그중에 지느러미를 가진 생선, 특히 등푸른 생선에는 이로운 영양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그런데 고등어는 지느러미를 가진 생선이면서 등푸른 생선의 대명사란 사실임을 보면, 고등어란 참 ‘고등한 물고기’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 식품영양학에서 밝힌 바로는 고등어에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뇌세포 활성 물질인 DHA (DocosaHexaenoic Acid)가 풍부하며,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수험생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란다. 또한, EPA(EicosaPentaenoic Acid)나 DHA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은 다이어트에 좋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라 하니 많이들 애용하시라. 

 

고등어초회_박미향 기자.jpg » 제철 별미 고등어 초회. 사진=박미향 기자

 

고등어와 그를 닮은 물고기

고등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 생활과 관계가 밀접한 어족인 만큼 그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조선 순종 때 정약전 선생이 지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생물학 서적인 <자산어보>(玆山漁譜)에서 등에 무늬가 있다하여 ‘벽문어(碧紋魚)’라 소개했고,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등어의 모습이 칼을 닮았다하여 ‘고도어(古刀魚)’라고 씌여 있다. 새끼 고등어를 고도리, 작은 고등어를 소고라 불리는 지방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등어(古登魚)란 표준명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한자의 의미보다는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물고기’라는 의미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고등어 과(Scombridae) 어류에는 고등어 속(Scomber) 이외에도 삼치 속(Scomberomerus) 그리고 시중에서 참치라 통용되는 가다랑어 속(Katsuwonus)과 다랑어 속(Thunnus) 어류가 있는데, 요즘 일식 사시미 문화와 함께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참치가 고등어와 같은 과에 속한다는 사실.

 

고등어는 배 옆구리에 반점이 있는 것과 없는 두 종류가 있다. 고등어의 학명은 복부에 반점이 없는 종이 Scomber japonicus(국명; 고등어), 반점이 있는 종은 Scomber australasicus(국명; 망치고등어)이다. 이 두 종은 제 1 등지느러미살 수와 피부의 무늬 차이로 구분된다. 즉, 고등어의 제 1 등지느러미살 수는 가시 살(棘條)이 9∼10개이지만, 망치고등어는 11∼12개이다. 또한, 고등어는 배쪽이 은백색으로 반점이 없는데, 망치고등어는 옆구리 아래쪽에 작은 흑색 반점이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으며, 고등어보다는 좀 더 따뜻한 해역에 산다. 

 

go2.jpg » 고등어의 모습. 사진=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박사 

 

Robbie Cada2.jpg » 망치고등어의 모습. 고등어와는 약간 차이가 난다. 그림=로비 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등어를 일본명으로 마사바(マサバ, 眞鯖) 또는 혼사바(ホンサバ, 本鯖)라고 하며, 영어권에선 고등어를 처브 매커럴(chub mackerel)이라고 한다. 중국에선 푸른 고기라 하여 칭화위(靑花魚) 또는 등에 있는 반점이 노인의 반점을 닮았다하여 타이위(鮐魚)라고 부른다. 망치고등어는 작은 점이 참깨와 유사해서 고마사바(ゴマサバ)로 부르고, 영어로는 점이 있어 스팟 매커럴(spotted mackerel)이라 하여 생김새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게 통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필자는 ‘chub mackerel’과 ‘망치고등어’는 그 어원을 도저히 알 수 없어 독자의 몫으로 돌리니 “아시는 분∼ 부디 한 수 부탁 드린다.”

 

일본에서 ‘사바’로 부르는 고등어가 우리나라에선 약간 의미가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사바사바’란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 적혀 있다.

 

그 말이 생긴 유래도 흥미롭다. 어느 한 일본인이 나무통에 고등어 두 마리를 담아서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는데, 도중에 어떤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사바’가지고 관청 간다고만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와전되어 ‘사바사바한다’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전해졌고, 주변에서 ‘누구는 사바사바를 잘해서 잘 됐다’는 이야기를 한번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등어나 참치의 중간을 닮은 물고기로 제주도에서 겨울철에 선상 릴낚시로 많이 잡는 방어는 비슷한 모양의 부시리, 잿방어와 함께 고등어 과가 아닌 전갱이 과에 속한다. 눈의 위치가 위턱과 일직선상에 있는 방어, 부시리와 달리 잿방어는 눈이 위턱보다 등 쪽 위에 위치하고 몸통 옆에 눈을 가로지르는 노란색 넓은 띠 줄이 있는 것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방어와 히라스라 부르는 부시리는 위턱 뒤쪽 모서리가 각을 이루면 방어, 둥글면 부시리로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어쨋튼 냉동 참치밖에 먹을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제주에서 날 회로 맛볼 수 있는 ‘히라스’는 참치 대용 이상이다.

 

Seriola%20quinqueradiata.jpg » 방어. 눈 바로 아래 주상악골의 오른쪽 위가 뾰족하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Seriola%20lalandi.jpg » 부시리. 방어와 거의 비슷하지만 주상악골 끝이 부드러운 곡선이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잡는 고등어의 40%가 1년생

대형선망이 고등어 잡이를 하는 밤바다는 고등어가 모이도록 배에서 밝힌 불로 불야성을 이룬다. 선망어업은 한 통, 즉 본선 1척과 등선 2척 그리고 운반선 3척으로 구성된 선단을 이루어 조업을 한다.

 

등선은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어장이 형성되는 곳을 계속 탐색하며, 고등어 떼를 찾으면 등선이 불을 밝혀 어군을 모으고 본선은 어군에 그물을 둘러친다. 고등어 잡이에 쓰이는 건착망 형태의 대형선망은 높이 200m, 길이 1㎞가 되는 아주 큰 어구인데, 그물이 어군을 둘러싸면 등선은 밖으로 빠져 나오고 어망 아래 고리를 건 조임줄을 당겨 아래를 좁게 하여 주머니 모양을 만들어 그물 안에 잡힌 고등어를 들어 올려 운반선에 담는다.

 

고등어는 떼를 이루어 다니는 특성이 있어 한 번에 평균 10t 정도가 잡히며 운반선은 잡히는 대로 계속 항구로 나르고, 등선은 계속하여 다른 고등어 어군을 찾는다. 보름달 전후 5일간은 월명기라고 하여 달빛이 밝으면 등불로 어군을 모을 수가 없기 때문에 조업은 하지 않는다.

 

go3.jpg » 대형선망 모식도. 그림=국립수산과학원

 

go4.jpg » 대형선망 조업 모습. 사진=대형선망수협

 

go5.jpg » 대형선망에 의한 고등어 잡이. 사진=대형선망수협

 

전 세계 고등어 어획량은 1950∼1960년대에 50만t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1970년대에는 200만t 수준을 보였으며, 1980년대 초반에 350만t에 육박하여 최대를 보였다. 이후 감소하여 200만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 고등어 어획량은 197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10만t 이하이다 1990년대까지 증감을 반복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1996년에는 40만t을 넘어 최고를 보였다가 이후 감소하여 어획량이 10만∼20만t 사이에서 변동이 심하여 기후변동이나 종간경쟁과 관련하여 수산자원생태학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등어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어획고를 내는 어족 자원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어획된 고등어의 40% 정도가 1년생 미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린 고기를 잡는 것이 앞으로 자원관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요구된다.

 

나는 '고등어 박사'

고등어는 호주 주변과 인도양 동부 연안을 제외한 전세계의 열대 및 아열대 연안에 널리 분포한다. 특히, 우리나라 주변 해역과 일본, 중국 연근해에 서식하는데, 여러 계군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o6.jpg »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고등어 분포와 이동

 

한반도 주변에 사는 고등어는 1∼3월에 양쯔강 남부, 3∼5월에 큐슈 서부, 5∼7월 제주도 근해 및 6∼7월 미시마 근해에서 산란하는 4개의 계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어는 중요한 수산자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동해와 황해로 그리고 남해로 언제 회유하는지, 언제 산란하는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그리고 남획은 되고 있지 않은지 구체적인 자원생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go7.jpg »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고등어 분포와 이동 경로

 

필자는 1999년에 고등어의 자원생태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에서 밝힌 고등어 생물·생태에 관한 정보를 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우리나라 주변에 사는 고등어는 제주도 근해에서 겨울(1∼3월)을 난다. 3∼7월(주 산란기는 4∼6월)에 제주도 주변 해역 및 동중국해에서 15∼23℃ 수온(최적 산란수온 17∼18℃)에서 산란을 하는데, 밤에 수심 50m 정도의 수층에서 암수가 동시에 방란·방정하여 수정한다.

 

고등어 뱃속에서 산란하려는 알의 수는 11만∼57만개이고, 0.95㎜ 크기의 알을 낳으며, 알에서 부화했을 때 자어의 체장은 2.82∼3.22㎜이다. 부화한 어린 새끼들은 남해안으로 접근하여 먹이가 많고 포식자가 적은 연안에서 자라다가 크기가 15㎝ 정도로 성장하는 8월이 되면 먼 바다로 이동한다.

 

7∼8월부터는 황해 계군이 북상하여 7월에서 11월 사이는 황해 중부에도 어장이 형성되고, 9∼10월에 동해 계군이 북상을 시작하여 동해안으로 이동한다. 11월 말부터 고등어는 다시 남쪽의 월동장으로 남하하기 시작하여 12월부터는 어장이 월동장 부근에 형성된다.

 

고등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온대성 어류로 서식 수온은 7∼25℃(최적 서식수온 15℃ 내외)이고, 서식 수층은 200m 이심(최적 서식수층 10∼100m)이다. 고등어는 부유성 갑각류, 오징어류 및 작은 어류를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탐식성 어류이다. 이와 같이 고등어는 적당한 수온과 먹이를 찾아서 긴 여행을 하는 회유성 어종으로 진정한 여행가이다. 

 

go8.jpg » 고등어 산란기. 달 주기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등어는 일년이 지나면 가랑이 체장이 28㎝, 2년이면 32㎝, 3년에 36㎝, 4년에 39㎝ 정도로 크며 최대 수명은 5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1년 자라면 50%가 산란에 참여하며, 2년이 지나면 모든 개체가 산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우리나라 표영어류가 대부분 그러하지만 고등어는 초기성장이 아주 빠르다. 5월에 산란하여 그해 늦가을에 20㎝까지 자라 일생에 커야할 크기의 3분의 2를 자라는 꼴이니 말이다. 이와 같은 빠른 초기성장에 대해서 처음에는 상상할 수가 없어서 분석이 틀린 것이 아닌가 고민도 많았다. 학위를 받고도 수년에 걸쳐 재고하고 또 재고하여 해외 유명 저널에 실렸으니, 검증을 받은 셈이다.

 

어렵게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 태어난 딸 ‘지원’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자기 엄마 귀밑까지 자란 것을 보면, 물고기나 사람이나 초기 성장이 엄청 빠른 것 같다. 빨리 자라 취약한 어린 시기를 탈출하려는 생존전략일 게다.

 

go9.jpg » 사람과 물고기의 성장 추세. 생물의 빠른 초기성장은 생존 전략이다.

 

공지영의 소설 ‘고등어’에는 고등어가 나오지 않는다. 동시대 동학으로서 그가 소설을 쓸 때, 필자는 고등어로 학위를 받았다. 언젠가 나도 유명(?)해지면, 그와 고등어에 대해서 ‘명사 대화’를 하고 싶다.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생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