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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만년 동안의 섹스

자운영 추억 2012. 7. 9. 22:38

조홍섭 2012.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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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셀 피트서 짝짓기 중인 자라 암수 화석 발견

신생대 화산 호수의 비극…호수 표면서 교미 중 이산화탄소 가스 덮쳐


mating-turtle-fossils.jpg » 짝짓기 자세로 화석이 된 고대 자라의 화석. 오른쪽이 수컷이다. 사진=월터 조이스, <바이올로지 레터스>

 

독일의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사이에 있는 메셀 피트 화석산지는 약 4700만년 전인 신생대 에오세 시기의 다양한 동·식물 화석이 풍부하게 산출돼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금은 멸종한 자라의 화석도 종종 나오는데, 특이한 것은 두 마리가 쌍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51개체 가운데 12개체가 쌍이었다.
 

왜 이들은 짝을 지어 죽었는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는데, 독일 튀빙겐 대학 고생물학자들이 새로운 설명을 내놓았다. 이들이 짝짓기를 하던 자라 암수였다는 것이다.
 

이 대학 월터 조이스 박사 등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가 내는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온라인 판에 실린 논문에서 이 자라가 호수 표면에서 짝짓기를 하다 죽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wilson_640px-MesselFossilPit081310.jpg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독일 메셀 피트 화석산지 전경. 사진=윌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암컷보다 20%쯤 작은 수컷이 암컷의 뒤에서 꼬리 밑으로 자신의 꼬리를 밀어넣어 짝짓기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멸종한 이 자라와 가장 가까운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돼지코자라를 관찰한 결과 암컷과 수컷의 차이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자라는 다른 거북과 달리 등 껍질이 없고 등이 호흡을 할 수 있는 막으로 덮여 있는데, 이를 통해 물속의 산소를 흡수해 물속에서 오래 잠겨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점은 물에 유입된 독성물질을 신속하게 체내에 흡수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연구진은 호수 표면에서 교미를 하던 자라 암수가 화산활동과 함께 분출한 이산화탄소에 질식해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뒤 그 위에 퇴적물이 쌓여 화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화산호수에서 이산화탄소 가스가 분출해 가축 등이 떼죽음하는 사태는 현재도 동아프리카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다.
 

gerbil_768PX-~1.JPG » 메셀 피트 화석산지에서 산출된 딱정벌레의 화석. 등딱지의 색깔까지 선명하다. 사진=게르빌, 위키미디어 코먼스.

 

Gerbil_640px-Kopidodon_Senckenberg_2007-01.jpg » 메셀 피트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나무 위에서 살던 원시 포유류 코피도돈의 정교한 화석. 사진=게르빌, 위키미디어 코먼스.  

 

메셀 피트 화석 산지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동물 화석이 남게 됐는지를 두고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엔 주기적인 화산가스 분출설이 주류였으나 최근엔 식물플랑크톤인 시아노박테리아의 이상증식으로 인한 독성물질로 떼죽음했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나와있는 상황이었다.
 

이 논문은 과거의 화산분출설을 지지하는 새 근거가 될 전망이다. 또 쌍으로 발견된 자라는 수컷끼리 싸우다 죽은 것이란 설명도 더는 지탱하기 힘들게 됐다.
 

교미 중이던 척추동물의 화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척추동물 가운데는 송진이 굳어 화석이 된 호박 속에 짝짓기 중이던 곤충 화석이 다수 발견된 바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aught in the act: the first record of copulating fossil vertebrates
Walter G. Joyce, Norbert Micklich, Stephan F. K. Schaal and Torsten M. Scheyer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June 20, 2012, doi: 10.1098/rsbl.2012.0361
Biol. Lett. rsbl2012036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