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찬란한 오월, 수컷들의 '장끼' 자랑

자운영 추억 2012. 5. 7. 23:01

 

윤순영 2012. 05. 04
조회수 5288 추천수 1

갑옷 입고 투구 쓴 장끼 전사들의 사랑 싸움 한창

위험 무릅쓴 과시 행동과 울음, "꿔~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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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생명의 계절이다. 초록빛 신록이 움트는 숲속에는 생명이 기지개를 켠다. 숲은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렁찬 장끼(수꿩)의 목소리가 숲속을 울려퍼진다. 바야흐로 까투리(암꿩)를 거느린 장끼와 노총각 수꿩이 자기 영역을 지키고 까투리를 넘보는 쟁탈전이 열기를 띤다.

 

'봄 꿩이 제 울음에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제 허물을 스스로 드러내 곤경에 빠진다는 뜻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꿩이 차지한 숲은 요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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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이 자리잡은 숲속. 오리나무와 찔레, 고마리, 삿갓사초가 자라는 적당히 습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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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이 터지도록 울어대는 장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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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을 놓고 경쟁자가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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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싸움을하는 두 경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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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외면하는 척하지만 긴장감 속에 경계를 풀지 않는다.


꿩의 깃털이 찬란하다. 자아도취 동물로 알려져 있다. 꿩이 아름다운 제 깃털을 물에 비춰 보다가 눈이 어지러워 익사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번식기를 맞은 요즘 장끼의 아름다움은 최고조에 달한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종종걸음 스텝을 하는가 하면 멋진 자세로 온갖 재주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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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열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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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하늘로 꼿꼿이 치켜세우고 힘을 과시하는 장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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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동에 맹금류인 황조롱이가 나타나 오리나무에 앉은 채 꿩 싸움을 지켜본다.


번식기인 지금 장끼의 피부가 노출된 눈 주위에는 붉은 피부가 크게 팽창하여 붉은 가면을 두른 것 같다. 머리 양쪽 뒤에는 청록색의 긴 댕기 깃이 뿔처럼 달려있다. 머리는 어두운 갈색, 목에는 흰 띠가 그 윗부분의 청록색과 어우러져 화려하기 그지없다. 몸을 한껏 부풀린 모습은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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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끼 한 마리가 암컷을 거느린 꿩을 바라보며 뺏을 틈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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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다가 가는 침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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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챈 장끼가 까투리를 이끌고 자리를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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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투리

 

수컷이 목의 흰 띠 아래 황색·적색·자색의 깃털이 이어지고 허리는 회흑색, 온몸은 아름다운 황등색의 비단을 감은 듯한 반면 암컷은 흑갈색과 연한황색의 무늬가 온몸을 덮고 있어 수수한 편이다. 수컷의 꼬리는 매우 길다. 18매의 깃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꿩끼리 힘겨루기를 할 때 유난히 꼬리를 하늘로 향해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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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루기를 하면서 꼬리를 바짝 치켜 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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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경쟁자를 바라보고 있는 장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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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과 암컷을 지키며 꼬리를 바짝 세운 꿩.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

 

꼬리 깃털 가운데서도 중앙의 한 쌍이 특히 길어 기상을 나타낸다. 암컷은 갈색에 흰 점과 검은 점이 뚜렷한 소박한 모습으로 수컷에게 순종하듯 조용히 따른다. 수컷과 같이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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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부부의 다정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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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으로 위장해 잘 보이지 않는 암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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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꿩을 거르린 숫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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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먹는 다정한 꿩 부부.

 

2㏊ 정도 되는 숲속 영역에는 침범을 용서하지 않는 경계구역이 설정돼 있어 어느 한쪽이 침범하면 바로 결투가 벌어진다. 꿩은 움직이는 길목이 정해져 있어 항상 그 길을 이용하고 설정해 놓은 영역의 중심부에서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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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평지보다 약간 높은 곳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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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꿩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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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투리를 애타게 부르며  찾아다니는 장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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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날카로운 뒷발톱은 강력한 무기로 사용된다.

 

장끼끼리의 싸움은 대개 기싸움이어서 싱겁게 끝나는 예가 많다. 하지만 한 순간 혼 힘을 다하여 격돌하기도 한다.


꿩은 밤이면 나무 위에서 천적을 피한다. 까투리는 천적의 공격을 받으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하여 일부러 부상당한 체하여 위험을 면하는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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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다니는 것 같아도 꿩은 늘 다니는 안전한 숲속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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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 휴식 공간을 만들어 쉬는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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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이 있는 숲을 배회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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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 영역에 들어선 흰뺨검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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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싸움에 놀라 오리나무 위로 올라간 흰뺨검둥오리.

 

장끼도 둥지를 지키다 노출될 위험에 놓이면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물러서며 둥지로부터 시선은 돌린다. 이러한 행동은 꿩·종다리·물떼새 등 지상에 알을 낳는 조류에게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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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에 숨어 얼굴만 내밀고 사방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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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아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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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은 우리에게 친근한 새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새보다 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원하던 것이 없을 때 그와 못하지만 비슷한 것을 고를 때 ‘꿩 대신 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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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무 소식이 없을 때 ‘꿩 구워 먹은 소식’이라 하고, 두 가지의 이익을 모두 취할 경우 ‘꿩 먹고 알 먹는다.’라고 한다. 또한 꿩은 순하면서도 약삭빠른 동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행동이 민첩한 사람을 ‘꿩의 병아리’라고 하며, 사교적으로 세련된 여자를 ‘서울 까투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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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깃털은 18매로 양쪽 꼬리가 제일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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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이 자신의 모습과 위치를 알리며 마음껏 과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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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꿩의 약삭빠른 행동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의미로 쓰이는 속담도 있다. ‘꿩은 머리만 풀 속에 감춘다.’는 속담은 당황하여 일을 그르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꿩은 당황하면 머리만 풀숲에 처박는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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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주위에 붉은 피부가 노출되어 있으며, 번식기인 봄에는 이 부분이 크게 팽창한다.

 

꿩은 어떤 동물일까요

 

꿩은 대표적인 텃새이며 친근한 조류입니다. 서식지가 다양해서 민가 부근이나 산간초지·숲에 살며 수컷은 높은 소리를 내지만 암컷의 소리는 나지막하지요.

 

수컷 1마리에 암컷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루는데, 겨울이나 번식기 이외에는 따로 무리를 이뤄 살아갑니다.

 

몸길이는 수컷이 80~85㎝, 암컷은 60~63㎝이며, 생김새는 닭과 비슷하지만 꼬리가 깁니다. 수컷과 암컷의 몸 빛깔이 아주 다른데, 곱고 화려한 색체를 가진 수컷을 장끼, 갈색에 검은 점이 듬성듬성 박혀 곱지 않은 암컷은 까투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알을 낳는 시기는 5∼6월이고 한배에서 12∼18개의 알을 낳습니다. 알을 품는 기간은 닭과 마찬가지로 21일이며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털이 마르면 어미를 따라 활동합니다. 알은 갈색과 푸른빛을 띤 회색에 크기는 긴 쪽 지름이 약 42㎜, 짧은 쪽 지름이 약 33㎜입니다.

 

각종 나무열매와 풀씨, 찔레열매를 비롯하여 곡물의 낟알을 먹으며 땅 속의 애벌레·달팽이·개미·거미·지네· 메뚜기 등의 동물성 먹이도 잡아먹는 잡식성 조류입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