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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아침(탁발승의 노래) / 정태춘

자운영 추억 2011. 9. 14. 23:04

산사의 아침(탁발승의 노래) / 정태춘

 

 

승냥이 울음따라 따라간다

별빛 차가운 저 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세존이 다녀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소리만

극락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계단에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넘어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북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로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온다

 

  산사의 아침 -정태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