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서양)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7월 수확의 노래

자운영 추억 2011. 7. 9. 23:32

The Seasons, Op. 37b Les Saisons - July

July - Song Of The Reaper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7월 수확의 노래

Tchaikovsky, Pyotr Ilyich 1840~1893

IIona Prunyi, piano

     

七月 장마 / 마광수

장마 가운데 내리고 싶다
내 가슴속 엉긴 핏덩이
좔좔좔 좔좔좔 씻어내리고 싶다.
무엇이 두려우냐 무엇이 서러우냐
뒤섞여 흘러가는 저 물 속에
네 고독이 오히려 자유롭지 않으냐
아아, 못생긴 이 희망, 못생긴 이 절망
밤새워 뒤척이는 숨가쁜 꿈, 꿈들,
빗줄기 속으로 씻겨져 내렸으면!
긴긴밤 보채 대는 끈끈한 사랑,
제 미처 죽지 못해 미적이는 이 목숨,
우우우 우우우 부서져 흘렀으면!
장마 가운데 내리고 싶다.
내 껍질 모두 다 훨훨훨 빨가벗겨
빗줄기에 알몸으로 녹아들고 싶다.

마광수 시집 <貴骨> 평민사. 1976

     

     

병적일 정도로 심각한 우수와 고독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러시아의 대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도 자연의 사계 절을 소재로 한 훌륭한 작품을 남겼는데, 12개의 성격적 소품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피아노 독주곡 사계가 그것입니다. 이 곡은 1년 12달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묘사한 것으로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선율들이 전곡을 감싸고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당시의 구력(舊曆)에 의해 작곡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계절 감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 사계는 당시 페테르부르크에서 창간된 음악잡지 누벨리스트의 발행인이 1876년 1월호 부터 12월 초에 걸쳐 그 달에 어울리는 시를 하나씩 택해 이것이 주는 느낌을 피아노 음악으로 만들어 달라고 차이코프스키에게 부탁함으로써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875년 12월부터 작곡을 시작한 차이코프스키는 1876년 11월에 별다른 차질 없이 끝마쳤는데 특히 유명한 곡은 6번 뱃노래와 11번 '트로이카 12번 크리스마스입니다. 사계는 훗날 소련의 저명한 지휘자 알렉산드르 가수크에 의해 관현악용으로 편곡되기도 했는데, 원곡의 세세한 뉘앙스를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편곡반도 오늘날 종종 연주되고 음반화 되고 있습니다. 

   

'사계'하면 우리는 비발디를 떠올리지만 같은 제목으로 그보다 매력적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이코프스키의 대부분의 음악은 격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그의 피아노 곡들은 뜻밖에 연필로 그려진 그림처럼 담백하고 간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