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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쇼스타코비치 / 등에 모음곡

자운영 추억 2014. 3. 3. 12:12

 

 

 

 

 

 

 

 

 

 

쇼스타코비치 / 로망스 모음곡 '등에'

 

 

 

 

 

 

ㆍ아내의 죽음, 그 황망함과 쓸쓸함…아름답고 슬픈 선율에 담아

옛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75·사진)가 영화음악 작곡에 처음 손을 댄 것은 1928년이었다. 코진체프 감독이 만든 <신 바빌론>이라는 영화였다. 그후에도 그는 거의 매년 하나씩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마지막 작품은 70년 작곡했던 <리어왕>. 이 영화의 감독도 역시 코진체프였다. 그렇게 해서 쇼스타코비치는 평생 40편에 달하는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왜 이렇게 많은 영화음악을 썼을까. 그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쇼스타코비치라는 대(大) 작곡가의 생존 시기. 그 시절은 마침 소련 영화의 융성기였다. 쇼스타코비치와 무려 10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던 코진체프는 당시 소비에트의 대표급 감독이었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두 편 외에도 <막심의 청년시절> <막심의 귀환> <소박한 사람들> <선구자의 길> 같은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유도한 것은 물론 ‘당’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당의 권유를 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곤 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바로 영화음악 작곡이 쇼스타코비치에게 긴요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년시절 그는 영화관에서 무성영화 배경음악을 연주하며 아르바이트를 했고, 좀더 나이 들어서는 영화음악을 작곡하며 ‘밥’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작곡한 영화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가장’의 애환 같은 것이 느껴진다. 33세에 레닌그라드음악원 교수로 부임했다가, 42세에 즈다노프의 비판을 받고 교수직을 사임해야 했던 정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The Gadfly Suite, Op. 97a

1. Overture
2. Contredanse
3. Folk Feast (National Holiday)
4. Interlude
5. Barrel-Organ Waltz
6. Galop
7. Introduction (Prelude)
8. Romance
9. Intermezzo
10. Nocturne
11. Scene
12. Finale

Composer: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Performer: Ukraine National Symphony Orchestra

 

 



내향적이고 성실했던 쇼스타코비치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듯하다. 이런 ‘유추’는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36년부터 40년 사이에, 그는 다른 시기의 두 배나 되는 분량의 영화음악을 쏟아놓기 때문이다. 이 때는 바로 쇼스타코비치가 ‘아버지의 기쁨’을 만끽하던 시절. 딸 갈리나가 36년에, 2년 후에 아들 막심이 태어난다. 물론 ‘아빠’ 쇼스타코비치는 고된 노동으로 피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두 아이에게서 많은 위로와 기쁨을 얻었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쇼스타코비치. 그는 55년에 영화 <등에>(Gadfly)를 위해 모두 12곡으로 이뤄진 모음곡(Suite)을 작곡한다. ‘등에’는 ‘쇠파리’라고도 부르는 날벌레. 영화의 원작은 영국 작가 에델 릴리언 보이니치가 쓴 낭만적 혁명소설이다. 국내에도 같은 제목으로 번역 출판돼 있는 이 소설은, 혁명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사회주의적 대의보다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고, 옛 소련에서도 스탈린 사후에야 영화로 만들어졌다.
쇼스타코비치의 영화음악 중에서도 이 작품이 좀더 특별한 것은 음악에 담긴 애수(哀愁) 때문이다. 특히 7번부터 10번까지의 곡들은 애틋하기 그지없다. 그는 왜 이렇게 아름답고도 슬픈 선율을 쉬지 않고 풀어 놓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렇게 짐작해본다. 아내 니나가 세상을 떠난 것이 54년. 물론 쇼스타코비치는 결혼 전에 타티아나 글리벤코라는 여인을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3년간 아내의 자리를 지켜온 니나의 죽음은 그를 황망하게 했을 것이다. 아직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아내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심정. 특히 모음곡 8번 ‘로망스’와 10번 ‘녹턴’은 당시의 쇼스타코비치가 느꼈을 쓸쓸함과 허망함을 진하게 투영한다. 음반으로 듣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리카르도 샤이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95년 녹음(Decca)을 추천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아내 니나가 떠나고 8년 후, 편집자 출신의 이리나 스핀스카야와 재혼한다.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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