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 】

[스크랩] 빈센트 반 고흐와 `사이프러스`의 만남

자운영 추억 2014. 1. 3. 12:03

 

 

 

 

 

 

빈센트 반 고흐와 '사이프러스'의 만남

 

Vincent van GOGH, Cypress with Road and Star, 1890


명화 속에서 만나는 나무의 종류를 알아보는 일은 흥미롭다. 그림의 구도와 붓의 터치 등으로 대체로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양화에 등장하는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 고흐 그림을 예로 들어 서양화 속에서 만나는 나무에 가까이 가본다. 빈센트 반고흐는 위대한 화가, 저주받은 화가, 괴팍한 화가 등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많다.

독특한 형식의 그림을, 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가난과 좌절로 일생을 보내가다 1890년 7월 27일 일요일,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은 8년 반에 불과하지만 그림이 약 900점, 스케치는 1,700점에 이른다고 한다.

 

 

 

 

 

 

Vincent VAN GOGH, Wheat Field, 1889

고흐의 그림에는 유난히 식물이 많이 등장한다. 해바라기와 붓꽃이 있으며, 올리브 과수원이 펼쳐지고 밀밭이 대지의 바닥을 깔고 있다. 만년을 보낸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가까운 이를과 생레미에서 그린 그림에는 언제나 나무와 풀과 꽃이 들어 있다. 그의 수많은 식물 그림 중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하늘을 향하여 도발적으로 솟아오르는 나무 그림이다. 보통의 타원형 나무가 갖는 편안함과 안정감보다는 뻗어 나가려는 강렬한 욕망이 녹아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길지 않은 화가의 길을 걷는 동안, 그가 운명처럼 겪었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울분이 그대로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Vincent VAN GOGH, Wheat Field and Cypresses, 1889,

이 나무의 이름은 사이프러스(Cypress)다. 불란서 남부에서 이태리 북부를 거쳐 터키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에 주로 자란다. 고흐는 처음 이 나무를 보는 순간 어떤 영감이 스쳐갔다. 1889년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나는 사이프러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의 해바라지 그림처럼 지금까지 시도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의 그림을 창조해낼 것 같기도 하구나. 사이프러스는 마치 이집트 뾰족탑처럼 균형 작힌 아름다운 나무다.'

이후 고흐는 사이프러스가 등장하는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린다. '별이 빛나는 밤', '누런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 두 여인과 사이프러스' 등 그의 작품에 사이프러스는 새로운 장르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고흐가 사랑한 사이프러스는 무슨 나무인가?

 

 

 

 

 

 

Vincent VAN GOGH, Cypresses, 1889

사실 사이프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여럿 있다. 미국에 널리 자라는 낙우송도 사이프러스라고 부른다. 또 일본의 편백나무나 삼나무도 앞에 Japanese를 붙여 역시 사이프러스다. 구양성서에도 또 다른 사이프러스가 등장한다. 그러나 고흐 그림에 나오는 사이프러스들과는 품격이 다르다. 서양 사람들이 부르는 더 정확한 이름은 Itailan Cypress다. 이 나무는 보통 나무들과 달리 가지가 거의 옆으로 퍼지지 않는 홀쭉이 키다리로, 고흐 편지에서 '뾰족탑'으로 표현한 것처럼 아주 독특한 모양을 갖는다.

고흐 그림의 백미, 사이프러스는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 나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여러 이름이 생겼다. 우리나라에 자라지 않는 전혀 생소한 나무인 탓이다. 굳이 비슷한 나무를 찾자면 측백나무, 향나무, 노간주나무다. 그러나 세 나무 중 어느 것도 사이프러스를 그대로 쏙 빼닮지는 않았다. 식물학적으로는 측백나무에 가까우나 잎은 향나무, 전체적인 바깥 모양은 노간주나무를 닮았다.

 

 

 

 

 

Vincent VAN GOGH, Two Cypresses, 1889

예를 들어 '측백나무와 별이 있는 길'이란 제목을 붙여보자. 우리나라 측백나무가 갖는 평면적인 느낌으로는 고흐 그림에서 오는 역동적인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다. '향나무와 별이 있는 길', 노간주나무와 별이 있는 길'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종류가 다른 나무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호 그림이 'Cypress'는 원어 그대로 사이프러스로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억지로 번역한 우리나라 어느 나무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음은 물론, 자칫하면 그림이 풍기는 심오한 느낌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Vincent VAN GOGH, The Starry Night, 1889

때로는 고흐의 사이프러스를 삼나무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느데, 이것은 일본사람들의 번역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들의 국민 나무인 일본삼나무에 워낙 친숙해진 탓인지 접두어를 하나 붙여 사삼이라 하여도 어색함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처음부터 삼나무가 자라지 않았으며, 나무 모양으로도 '고흐의 삼나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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