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 】

[스크랩] 故鄕집 가세(1988, 鄭泰春 作詞·作曲)

자운영 추억 2013. 7. 28. 08:40

‘故鄕집 가세’(1988, 鄭泰春 作詞·作曲)

 

 

퀴퀴한 두엄 냄새, 무너진 장독대...

 

鄭泰春의 ‘故鄕집 가세’는 다큐

 

 

고향이라는 말에서 도시와 다른 농어촌의 개발되지 않은 이미지를 실감으로 가지고 있는 세대는 7080세대(1950~60년 출생자)가 마지막일 것이다.

 

이 세대는 코뚜레 꿴 소로 농사를 짓고, 고무신에 흙길을 뛰어다닌 기억, 집에 전깃불이 처음 들어온 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시골출신들이 많다.

 

더 아래 세대로 내려오면 전기는 물론 TV까지 다 보급되고 한겨울에 비닐하우스로 시설재배를 하며 농사짓는 시대를 경험한 세대가 된다.

 

이들 세대의 고향 이야기를 가장 다채롭고 풍부하게 형상화한 대중가요 작가는 단연 정태춘(사진)이다

 

 

고향이라는 말에서 도시와 다른 농어촌의 개발되지 않은 이미지를 실감으로 가지고 있는 세대는 아마 7080세대

 

지칭되는 세칭 베이비부머 세대가 마지막일 것이다. 이 세대에는 코뚜레 꿴 소로 농사를 짓고, 고무신 들고

 

흙길을 뛰어다닌 기억, 혹은 집에 전깃불이 처음 들어온 놀라운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시골출신들이 많다.

 

이 아래 세대로 내려오면 전기는 물론 TV까지 다 보급되고 한겨울에 비닐하우스로 시설재배를 하며 농사짓는

 

전혀 다른 시대를 경험한 새로운 세대로 바뀌게 된다.

이들 세대의 고향 이야기를 가장 다채롭고 풍부하게 형상화한 대중가요 작가는 단연 정태춘(사진)이다.

 

 

197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청바지+포크송'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도시 청소년들이 주도했으며

 

그들은 그들의 가시권역내의 도시 풍경과 에피소드 따위를 매끄랍고 세련되게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에 비해 78년 데뷔한 정태춘은

 

스무 살이 넘도록 농촌에서만 살아온 독특한 이력으로

 

 

자작곡을 불렀던 가수 중 가장 순수한 향토적 감수성을 고스란히 지닌 참 귀한 詩人이다.

 

 

경기도 평택 농촌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황포돛배 휘날리는 50~60년대 포구부터

 

70년대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던 농촌까지를 모두 체험한 매우 드문 '프로테스트 포크 송' 위주의 참으로

 

주옥같은 불후의 명작을 연이어 발표한 천재'싱어 송 라이터'라고 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88년 발표된 ‘고향집 가세’는 70년대 농촌 고향집의 모습을 가장 탁월하게 그린 작품이다.

 

전체를 한꺼번에 감상해야 의미 있는 작품이라 다소 길지만 전문을 소개한다.

 

 


                                                                         

 

1.

내 고향집 뒤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 담 너머 논둑길 황소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음, 난장이 채송화 피우려 / 음, 푸석한 슬레트 지붕 위로 햇살이 비쳐오

겠지 / 에헤에헤야, 아침이 올 게야 에헤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2.

내 고향 집 담 그늘의 호랭이꽃 기세등등하게 피어나고 / 따가운 햇살에 개흙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음 뚝딱거리는 괘종시계만 / 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 게야, 텅 빈 집

도 아득하게 / 에헤에헤야, 가물어도 좋아라 에헤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3.

내 고향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

고 /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렝이만 겨우 남아도 /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 에헤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4.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바람에 날개 하

늘거리고 /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음,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던지

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 에헤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5.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 게야 /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음, 새빨간 봉숭아물을 들이고 / 음, 새마을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 게야 / 에헤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6.

문둥이도 아직 있을는지 어릴 적 학교길 보리밭엔 / 큰길가 언덕 위 공동묘지엔 상여집도 그냥 있을는

지 / 음, 미군부대 철조망 그 안으로, 음, 융단 같은 골프장 잔디와 / 이 너머 산비탈 잡초들도 지금 가면

다시 볼 게야 / 에헤에헤야, 내 아버지는 그 땅 아래 에헤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정태춘의 ‘고향집 가세’, 1988, 정태춘 작사·작곡)


 

고향집 가세 / 鄭泰春

 


고향 집을 탁월하게 그려낸, 두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늦여름 농촌의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무너진 장독대 틈에 핀 채송화, 태엽 감는 시계의 뚝딱거리는 소리만 울리는 한낮의 빈집에서 잠든 개, 흙담에 걸린 못난 마늘,

 

밭 가운데에서 허리를 펴고 일어서는 어머니, 퀴퀴한 헛간 냄새까지 그 묘사가 어찌나 정교하고 적확한지 전율이 일 정도다.

 

 

                                                                          素雲 최영희 -개망초가 있는 풍경


 

 

그저 상상으로 그려낸 ‘초가집’ ‘돌담길’ 같은 관념적 시골 마을 풍경이 아니다.

 

푸석한 슬레이트 지붕과 새마을모자로 모기 쫓는 아저씨들, 멀리 보이는 미군부대의 잔디밭 등 70년대 평택 농촌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그려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큰 미덕이다.

 

노래는 소 방울 소리를 연상시키는 요령 소리를 밑에 깔고 기타와 국악기로 편곡되어 있다.

‘가물어도 좋아라’ ‘어머니 계신 곳’ ‘내 아버지는 그 땅 아래에’ 같은 구절에서 확인되듯 그곳이 그리운 고향인 것은, 크게 잘나고

 

풍요로운 곳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추억과 함께 어머니가 아직 살고 있고 아버지가 살다가 묻힌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이 상실된다면 고향은 이미 고향이 아니다.


“2. 저 맑은 별빛 아래 한밤 깊도록 뛰놀던 골목길 / 그때 동무들 이제 모두 어른 되어 그곳을 떠나고 / 빈 동리 하늘엔 찬바람결의

 

북두칠성 나의 머리 위로 / 그날의 향수를 쏟아부어 눈물 젖네 눈물 젖네

3. 나의 옛 집은 나도 모르는 젊은 내외의 새 주인 만나고 / 바깥 사랑채엔 늙으신 어머니, 어린 조카들, 가난한 형수님

 

/ 아버님 제상머리에 둘러앉은 객지의 형제들 한밤의 정적과 / 옛 집의 사랑이 새삼스레 몰려드네 몰려드네”

 

  (정태춘의 ‘실향가’, 1988, 정태춘 작사·작곡)

 


                                                                             素雲 최영희 -메밀꽃

 

자신은 물론 형제들도 모두 도시로 뿔뿔이 흩어졌고, 이제 고향은 명절이나 제삿날에나 찾는 곳이 되었다. 친구들도 모두 그곳을 떠났고,

 

자신이 살던 집마저 빚에 넘어가 어머니는 그 집 사랑채에 세 들어 사는 신세다.

고향도 사람이 있고 추억이 깃들 공간이 남아 있을 때까지만 고향이다. 이렇게 이 세대의 고향은 점차 사라져간다.

 

정태춘의 고향 노래가 소중한 것은 상투적 고향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체험한 변화 한복판의 고향 농촌과 그 고향의

 

상실을 매우 성실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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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트힐
글쓴이 : isunaman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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