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 김연아
그때, 아주 짧은 죽음이 왔다
그때, 내 감긴 눈 위에 떠오른 새의 눈동자는 검게 번져갔다
나의 뇌는 거품이 이는 우주
내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모든 것은 저쪽에 있었다
작은 새에게 건네진 별의 목소리
그것은 별과 어둠으로 버무려진 밤의 가면
부동 속에 움직이며 만년을 가는 시계
이 여행자의 배꼽은 몇 해를 찰나에 먹어치운다
아름다운 입술이여, 그는 말했다
'나는 안개와 모래의 말을 지니고, 당신의 눈물 속에 갇힌 사람'
순례자여, 나의 입술에서 어떤 노래를 꺼내려느냐?
인간의 죄를 짊어지고 아사셀 광야로 보내진 염소처럼
나는 강박적으로 죽어가면서
조도가 낮은 꿈속에서 몇 개의 문장을 건져낸다
새벽이면 익사한 병사들이 눈꺼풀을 밀어올리고
나를 만나러 왔다
마치 내 귓속에 고통의 공간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포옹한다, 쓰러진다
그가 내 목을 누르고 혀를 밀어넣는다
'이 안은 어둡고 축축하구나
네 안으로 사라지고 싶어'
그가 말해주는 것은 밤의 청년기
그가 말해주는 것은 밤의 노년기
이곳은 말의 거품이 발효하는 우주
어부의 그물은 신부의 드레스 자락처럼 땅에 끌린다
그 끝에 매달린 것은 양철연필통과 수주,
죽은 생물의 껍질, 그리고 떨림 속에 빛나는 고독
죽음의 음악을 선물 받은 갓난아기는
흰 그림자에 그의 이마를 바친다
복화술처럼 그가 소리치는 곳에 그가 없었다
나무와 길들을 중독시키며 별들이 오고
잠들어 있는 새들을 만지기 위해 손가락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하늘과 하늘 사이에는 병사들의 투명한 울음이 주름잡혀 있다
나는 네 모든 나이와 함께 있다
말과 생각을 넘어 말하고 생각하기.
내가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 속에 내가 있는 방식.
이것이 진정한 우주적 소통의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할 때 (말)은 나를 세계와 접속시키는 (몸)의 표현이 되었다.
나의 눈과 귀가 세계를 마중하고, 세계가 나의 눈에 말을 거는 방식.
이것이 내 시의 방식이며 공생과 교감의 방식이다.
- 시인의 시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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