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고도 1만m는 미생물 세상

자운영 추억 2013. 7. 4. 20:36

조홍섭 2013.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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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폭풍 타고 올라온 세균 314종, 공기 1㎥에 15만마리 살아

대류권 상층에서 강수 등 기후 영향, 전염병 장기 이동 가능성도 

 

탁기형.jpg » 제트기에서 내다본 약 1만m 상공의 구름 바다. 이곳에도 미생물이 번창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탁기형 기자

 

국제선 여객기를 타고 장시간 비행하면서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노라면 엉뚱한 상상이 들기도 한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 사이로 새가 날아다닌다면….
 

하지만 1만m 상공까지 올라올 새는 없다. 대류권에선 1000m 상승할 때마다 기온이 6.5도 떨어진다. 그러니 여객기가 다니는 고도라면 영하 40~50도는 될 터이다. 게다가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고 산소는 희박한 반면 오존과 같은 강력한 산화물이 많은 이곳은 생물이 살 곳이 못 된다. 얼마 전까진 누구나 그렇게 믿었다.

 

미국 조지아공대와 미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은 2010년 특별한 실험을 했다. 대형 여객기를 타고 멕시코만과 미국 본토 상공을 비행하면서 허리케인이 오기 전과 도중, 그리고 이후의 공기를 채취해 그 속의 미생물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만m 상공의 고공에도 미생물이 번창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객기 창밖에 새는 없어도 눈에 안 보이는 박테리아는 무수히 날아다닌다.

640px-Endeavour_silhouette_STS-130.jpg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우주왕복선 엔데버 호의 실루엣. 오렌지색이 대류권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장거리 비행은 동물에게 흔하다. 철새는 대표적인 예인데, 극단적인 여행자인 큰뒷부리도요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의 1만여㎞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비행한다. 이동 고도는 3000m로 꽤 높지만 세균에는 못 미친다.
 

곤충 가운데도 장거리 이동의 선수가 적지않다. 유명한 제왕나비는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왕복한다. 곤충은 새보다 이동고도가 낮은 반면 개체수는 많다. 최근 봄을 맞아 지중해를 건너 영국으로 이동하는 밤나방과의 나방을 조사한 결과 그 수가 1000만에서 2억4000만 마리에 이르렀다는 조사도 있다.

 

잠자리도 9000㎞ 떨어진 인도와 아프리카 서식지 사이를 계절풍을 타고 이동하는데, 때론 600~800㎞ 거리의 바다를 하루 만에 건너뛰기도 한다.
 

04416646_P_0.jpg » 대류권 상층부로 올라간 세균은 구름속의 유기물질을 먹고 생존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에 미국 연구진이 찾아낸 고공의 미생물은 이런 새와 곤충에 견줘 훨씬 높은 고도까지 열대 폭풍의 힘을 빌어 이동하며, 무엇보다 기후와 기상 변화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연구진은 필터로 거른 공기 샘플에서 314종의 세균을 확인했는데, 바다 상공에서는 폭풍에 쓸려온 해양 세균이 많았던 반면 도시 인구밀집지역 상공에선 대장균과 연쇄상구균이 다수 들어있었다. 다음 연구에서 병원균 여부가 확인된다면, 세계 보건학자들은 철새에 이어 태풍 등 열대폭풍에 의한 질병 확산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고공 미생물의 농도는 매우 높아 채집한 입자의 20%가 세균이어서, 지상에서 가까운 대기속에서보다 훨씬 높았다. 게다가 검출된 세포의 60~100%가 살아있었고 공기 1㎥에 무려 15만 마리의 세균이 들어있었다. 이들은 지상으로 떨어지기까지 적어도 며칠 동안은 대기권 상층부에 머물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04416664_P_0.jpg » 구름이나 얼음의 씨앗 구실을 하는 입자가 드문 대류권 상층부에서 세균은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요인으로 주목된다. 사진=탁기형 기자

 

고공세균 가운데 가장 널리 분포한 세균은 대기 속에서 얼음이나 구름을 형성하는 씨앗 구실을 하는 종류였다. 먼지가 거의 없는 대류권 상층에서 세균이 강우와 기후를 좌우할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1만m 상공에서 기내식을 먹으며 비행한다고 우쭐할 것은 없다. 창밖 구름 속에서 세균들은 고층 대류권의 화학반응에서 생긴 유기물질을 먹으며 너끈히 살아가고 있으니.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crobiome of the upper troposphere: Species composition and prevalence, effects of tropical storms, and atmospheric implications
Natash DeLeon-Rodriguez, Terry L. Lathem, Luis M. Rodriguez-R, James M. Barazesh, Bruce E. Anderson, Andreas J. Beyersdorf, Luke D. Ziemba, Michael Bergin, Athanasios Nenes, and Konstantinos T. Konstantinidis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212089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