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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집 2인자의 애환

자운영 추억 2013. 3. 6. 17:25

 

 

 

 

 

 

 

닭들의 서열은 엄격합니다. 이건 헌법으로 통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오계15마리 중 수탉이 두마리입니다. 2인자는 참 서글픈 일입니다. 우리집 2인자의 애환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작년엔 50마리 중에 자라고 나서 보니 수탉이 10마리가 넘었습니다. 어느날 창밖으로 바라보니 암탉 한마리가 수탉 6마리에게 둘러 쌓여 완전 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수탉이 올라가면 이 암탉은 정신없이 도망간다는 것이 다른 수탉에게 가고 그 수탉이 다시 올라 타고....또 도망간다는 것이 다른 수탉에게 가고....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수탉을 친척이나 이웃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수탉을 두 마리만 남겨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1인자가 무슨 일을 당하면 곤란하니까 대타로 남겨둔 것입니다.

 

여기 이 수탉이 우리집 1인자입니다. 가장 오래된 닭입니다. 처음엔 벼슬이 저리 까맣게 생겼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붉은색이 나타납니다.

이름은 1인자입니다. 

 

 다음에 등장하는 인물이 2인자입니다.

2인자는 언제나 혼자입니다. 다른 암탉들이 상대를 해 주지 않습니다. 암탉13마리가 1인자에게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2인자가 아무리 먹이를 찾아서 소리를 질러도 암탉들은 한마리도 달려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제가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1인자는 먹이를 찾아 주고 그 기회에 한번씩 교미를 합니다. 2인자는 교미를 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가 변두리에 떨어져있는 암탉의 등을 타고 올라간다고 하여도 암탉이 죽는 소리를 지르면 어느덧 1인자가 나타납니다.

어느 날인가는 2인자가 암탉의 등을 타고 올라가서 교미를 하려고 하는데 잘 안됩니다. 언제 1인자가 나타날지 마음은 급하고.... 세번, 네번 시도를 하지만 구멍을 찾지 못하고 또 어느덧 그 사이에 1인자가 달려 와서 5분정도는 도망다녀야만 했습니다. 하지도 못하고 도망만 다녀야했던, 누구에게 말도 못할  씁쓸한 추억이 있습니다.

 

 2인자는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내려오지 못하고 횃대 위에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내가 매일 아침 모이를 줄 때마다 2인자는 벌 서는 아이처럼 내려 오지 않습니다. 나는 가끔 궁금합니다. 2인자는 도대체 저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2인자의 풍채는 좋습니다. 검은 바탕에 고려청자에서 나오는 은은한 초록색 옷을 입고...

 

암탉들은 2인자가 밥을 먹든 말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암탉들이 모이를 먹는 걸 바라보기만 하다가 내가 닭장 문을 열어 주면 가장 먼저 나와 버립니다. 그게 속이 더 편한 모양입니다.

 

2인자가 1인자와 가장 비슷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소리 높여 우는 때입니다. 어느 날인가는 1인자가 "꼬끼요~"하고 소리를 치자마자 2인자가 "꼬끼요오~~!"하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1인자가 5초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울었고, 2인자도 4초도 지나지 않아서 소리를 쳤습니다. 서로 그러기를 5분정도한 것 같습니다. 만일 2인자가 함께 다 큰닭의 소리를 낸다고 1인자가 달려 온다고해도 계속 도망 가면되니까! 2인자는 그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있을 때도 주변에, 변두리에서 따라와야 합니다. 1인자는 아침에 닭장에서 나올 때부터 미리 한번 협박을 하고 나옵니다. 참 2인자도 못할 짓입니다.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것이 속은 편합니다. 어차피 누가 함께 놀아 주는 것도 아니고...2인자는 그래서 시간이 많습니다. 괜히 바쁜 척 이리 저리 겅중겅중 뛰어 다닙니다. 할 일 없으면 다른 암탉들 보기에 체면도 않서고... 쪽팔리니까!

며칠 전에는 자고 일어나 보니 진도개 허씨가 암탉 한마리를 죽여 놓고 그 암탉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에게 자랑하려고 그런 모양입니다. 허씨는 그 이후로 계속 묶여 있습니다.

아마 그 때 2인자는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 에이~~! 암탉이 죽는 게 아니라 허씨에게 저 1인자가 죽어 버렸어야 하는 건데.... 안되었다. 쩝~! 왜 이리 일이 꼬이냐?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2인자는 잘 잘 때도 1인자와 같은 서열에 설 수가 없습니다. 1인자는 거의 중앙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2인자는 맨 끝자리에서 자야합니다. 참! 잠자는 것까지도 눈치를 보면서 자야합니다.

 

 

나 때문에 놀라서 날아간 곳이 1인자 옆입니다. 그러자 1인자는 곧바로 응징을 합니다. 2인자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에이~! 못 살겠다. 언제나 좋은 시절이 돌아 오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이제 봄날이 오니 암탉들이 병아리를 부화하고, 병아리를 100마리쯤 부화를 해서 그 병아리가 다 큰 암탉이 되면 , 아마 어쩌면 그 날이 오면 나의 역할이 더 커질지 몰라!

아니면 혹시라도 1인자가 허씨에게 콱 물려 죽어 버릴지도 몰라!

그런 날이 오기만 할 량이면 이 정도야 참지 못할 것이 무어란 말인가!

이런 나보고 웃으려면 웃으라지. 누구나 아픔은 있는 것이지, 암! 기다리지 않으면 어떻게 싹이 트겠어?

 

2인자는 아프다.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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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여리(윤진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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