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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성악)
대개 가곡은 시에다가 작곡가가 곡을 붙인 게 많으나 이 노래는 작사 작곡가가
한 사람이었다. 실향민 김노현이 시를 쓰고 스스로 곡을 붙인 가곡이다. 그는 학창시절
음악공부를 하다가 부친의 뜻에 따라 치과의사가 되었단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다가 늦은 나이에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이 노래가 바로 그 새로운 시작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고향은 이북 대동강변이었는데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백마강을 찾았다.
낙화암에서 백마강과 고란사를 바라보며 어릴 적에 놀았던 대동강과 부벽루를 그리곤 했다.
그의 나이 50 고개를 넘어선 어느 봄날, 그렇게 백마강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에 진달래가
만발한 고향의 강언덕이 아롱져 왔다. 마침 해가 서쪽 수평선에 잠기는 황혼녘이라 애수는
더욱 짙었다. 나이로 보아서도 인생의 황혼으로 향하던 그로서는 더욱 고향이 그리워졌다.
시인도 아니면서 그는 사무친 마음을 이렇게 글과 선율로 토해냈던 것이다.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진달래가 반기는 언덕
헤어진 꿈 추억을 안고 오늘 나는 찾았네
내 사랑아 그리운 너 종달새에 노래 싣고서
그대여 황혼의 노래 나는 너를 잊지 못하네
마음 깊이 새겨진 사랑이 아롱지네
맑은 시내 봄꿈을 안고 어린 싹은 눈을 비빌 때
그 옛날의 아련한 모습 내 맘에 새겨진다
황혼의 노래를 부르며 나는 또한 인생의 황혼을 생각했다. 불혹(不惑)이 지나 어려운 뜻을
세운 성악가의 남편과, 지천명(知天命)을 넘어 새로운 시작을 했던 치과의사도 있지 않은가.
가을이 간다는 건 새로운 봄이 온다는 것이요, 하나의 길이 끝났다는 건 새로운 길이 시작된
다는 게 아니던가. 길은 오르막만 있는 게 아니라 내리막도 있다. 오를 때에는 길만 보이나
내려갈 때는 세상이 보인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고개는 어차피 하늘 아래 있다.
그 가을 노을 지는 산기슭에는 그렇게, 인생의 황혼도 얼싸안아야 할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병설 수필집 <아름다운 날을 찾아서>의 <황혼의 노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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